'탄소 뿜는 공룡' 플라스틱 산업…"10년 내 석탄발전소 추월"

중앙일보

입력 2021.10.22 13:22

수정 2021.10.22 13:4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터키의 한 재활용 공장에 가득 쌓인 폐 페트병들. 플라스틱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다. AFP=연합뉴스

탄소 집약적인 플라스틱 생산이 향후 10년 내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가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보고서엔 석유화학 등 기존 화석연료 기반 회사들이 이익 만회를 위해 플라스틱으로 눈을 돌리면서 각국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약화할 거라는 우려가 담겼다. 미국 산업계 위주로 분석이 이뤄졌지만, 한국 등 다른 국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비욘드 플라스틱' 프로젝트(본부 미국 베닝턴대) 연구팀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플라스틱 산업이 생산ㆍ사용ㆍ폐기 등 전 주기에 걸쳐 연간 최소 2억3200만t의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평균 크기의 석탄 발전소 116개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지난해 미국 내 플라스틱 공장과 발전소 130여곳은 전국적으로 1억1400만t의 온실가스를 방출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소재 연구'(Material Research)라는 연구기관이 미국 연방 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과소 계산이 이뤄진 걸 확인했다. 업계가 밝힌 것 외에 다른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1억1800만t이 추가로 나온 것이다. 이는 평균 크기 석탄 발전소 59개가 내뿜는 양보다 많은 수준이다. 공식, 비공식 수치를 합치면 온실가스 총량이 2억3200만t 이상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수증기. EPA=연합뉴스

짐 발레트 소재 연구 대표는 "이 연구는 플라스틱 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의 최고치가 아니라 최저치를 보여준다. 현재로썬 시멘트 가마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울 때나 인도에서 만드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위해 텍사스에서 가스를 수출할 때 등에 온실가스가 얼마나 나오는지 추적할 기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플라스틱 산업 협회 측은 "해당 보고서가 자신들에 유리한 사실만 취사선택했다. 플라스틱이 유리나 종이 등에 비해 가볍고 내구성도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은 더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반박 입장을 냈다.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플라스틱 산업의 탄소 배출은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플라스틱 업계에서 보고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과 비교해 약 1000만t 증가했다. 플라스틱 시설은 12곳에서 새로 진행 중이며, 15곳 추가 건설이 계획된 상태다. 이처럼 생산 능력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5년엔 연간 4000만t 이상의 온실가스가 더 나오게 된다. 이 추세로 가면 2030년에는 플라스틱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석탄 발전소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하와이 해변에 가득 밀려온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들. AP=연합뉴스

주디스 엔크 비욘드 플라스틱 대표는 "발전ㆍ운송이란 전통적 시장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화석연료 산업은 그들의 석유화학 물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플라스틱 시설을 짓고 있다. 이러한 증설은 기후 변화를 늦추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을 무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에 따른 물ㆍ공기ㆍ토양 오염 등 환경 파괴는 저소득 지역에 주로 발생하는 문제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각종 오염의 90%는 석유화학 시설이 밀집된 텍사스ㆍ루이지애나 주변 18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들 지역 주민의 수입은 미국 평균치보다 28% 적었고, 유색인종일 확률도 67% 높게 나왔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변화뿐 아니라 독성 화학물질, 미세먼지 등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주디스 엔크 대표는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정부나 산업계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우려스럽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내로 막으려면 이러한 플라스틱 확산이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