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KSLV-Ⅱ)가 오늘(21일) 오후 4시 발사 예정이다. 누리호는 어떤 경로를 거쳐 우주로 날아갈까. 또 누리호 ‘발사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누리호는 총길이 47.2m, 최대 직경 3.5m, 총중량 200t에 이르는 거대한 발사체다. 기존에 한국이 쏘아 올렸던 나로호(KSLV-Ⅰ)보다 60t 무겁고, 13.7m 길며, 직경은 0.6m 두껍다.
미리 보는 나로호 발사 과정
이륙 후 127초가 지나면 누리호는 고도 59㎞에 도달할 예정이다. 여기까지 가는 동안 1단부 액체엔진은 모든 연료를 소모한다. 이곳에서 누리호는 1단 로켓을 분리해 바다에 떨어뜨린다. 누리호에서 떨어져 나간 1단부는 나로우주센터에서 남동쪽으로 약 413㎞ 떨어진 일본 규슈 앞바다에 떨어질 예정이다.
이후엔 75t급 액체엔진 한 개 달린 2단부가 비행을 책임진다. 이륙 233초 후 고도 191㎞에서 페어링을 분리한다. 페어링은 누리호가 꼭대기에 싣고 있는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를 보호하는 일종의 덮개다. 페어링이 제때 정확히 분리돼야 더미 위성을 목표한 궤도에 투입할 수 있다. 페어링은 나로우주센터에서 약 1514㎞ 떨어진 태평양에 낙하할 것으로 보인다. ·
“사소한 실수 하나에 실패할 수도”
다음엔 누리호의 최상단부(3단부)에 달린 7t급 액체엔진이 불을 뿜는다. 이륙 967초까지 이 엔진 한 개가 누리호를 고도 700㎞로 올려놓는다. 여기서 3단부 엔진의 추력이 종료되면, 누리호는 탑재된 더미 위성을 분리해 궤도에 밀어 넣는다.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은 “1단 분리와 2단·3단 분리 등 주요 단계별로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하나라도 삐끗하면 누리호 발사는 실패할 수 있다”며 “점검 과정에서 모든 발사 조건이 정상인지 확인돼야 발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누리호가 지상을 박차고 오르면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분소, 그리고 남태평양에 위치한 팔라우섬 등 세 군데에서 실시간으로 동시에 추적한다.
나로우주센터는 적외선 카메라·거리측정 레이더 등 광학추적장비를 활용해 발사체를 추적한다. 또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분소는 각각의 위치에서 날아가는 나로호의 방위각·거리·고각 정보를 추적해 발사통제장비에 전송한다. 실시간 나로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위성 모사체가 궤도 진입해야 성공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가는 동안 육상·해상·공역은 통제한다. 사람·차량 등 움직이는 물체는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중심으로 반경 3㎞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 바다는 발사대에서 남쪽으로 폭 24㎞, 길이 78㎞ 이내에서 선박 이동이 불가하다. 하늘에선 발사대 남쪽 방향으로 폭 44㎞, 길이 95㎞ 안으로 비행기 진입이 불가능하다.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누리호가 더미 위성을 제대로 분리해 예정된 궤도에 투입했는지 자료를 분석하는데 약 30분이 걸린다. 누리호의 성공 여부도 이때 판가름한다. 2010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누리호의 성패가 이륙 후 30분 만에 결정되는 셈이다.
“성공 확률 30%…실패해도 자산”
권세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은 “신규 개발 로켓이 첫 발사에 성공할 확률은 30% 수준이지만, 누리호는 나로호 발사 유경험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이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군사·정치적으로 한국이 우주 강국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있고, 실패하더라도 원인 분석을 통해 보완·재설계 과정을 거쳐 기술을 고도화하면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