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추진과정에서 민관합작법인 성남의뜰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측과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시가 주고받은 e메일과 전자 결재 문서 등은 특혜·배임 의혹의 최종 ‘윗선’을 규명할 핵심 자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법원으로부터 14일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지난 15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기 시작한 뒤 그제에 이어 전날, 20일에도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재된 유효기간(통상 일주일) 내에 집행이 가능하지만 한 번 집행을 완료한 영장은 유효기간이 남았다고 할지라도 재사용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수사팀이 정보통신과 등에 영장 기재한 전자자료 등의 추출을 요구한 뒤 아직 넘겨받지 못한 상태여서 집행을 종료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오수 “성남시 압수수색” 지시 19일 만 압색에도 시장·비서실 제외
공교롭게도 압수수색 영장 집행 당일 언론에 “김 총장이 취임 직전까지 성남시청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라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더 버티려다가 비판 여론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마지못해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검찰은 “김 총장 고문 변호사 전력 보도와 압수수색은 무관하다”라는 입장이다.
압수수색 전날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 감사를 받던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성남시청에 압수수색 시도를 검토하고 있냐”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남시청에 “압수수색을 대비하라”라고 신호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6일째 직원 e메일 뒤지며 ‘윗선’ 의혹 이재명·정진상 e메일 또 제외
이에 대해 김 총장은 18일 국회 법사위 국정 감사에서 “압수수색 대상에서 시장실과 비서실 등이 빠진 걸 몰랐다”라면서도 “시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20일에도 시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대신 사흘 뒤인 18일부터는 매일 정보통신과에서 직원들의 e메일 포함한 전자문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보통신과는 엿새 동안 네 차례 압수수색을 받은 곳이다. 대장동 사업 기간 성남시 안팎으로 수·발신된 e메일과 전자 결재 문서 등을 확보할 목적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런데 성남시 전자기록 압수수색에서도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관련된 e메일 등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최우선 수사대상을 빼놓고 하는 새로운 방식의 ‘선택적 압색’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일부러 시장실·비서실을 안 하거나, 일부러 이재명 당시 시장과 정진상 당시 정책비서관의 e메일 기록을 제외하는 건 아니다.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압수수색은)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직원들의 압수물을 분석해본 뒤 향후 수사 필요성이 생기면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성남시 공무원들 “오랜 압수수색으로 일 전혀 못 해”
검찰은 “서버 압수수색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절차”라며 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21일에도 압수수색을 지속할 여지도 남겨 뒀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엄격히 원칙을 지키며 선별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만일 대장동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할 때만 그러는 것이라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례적인 검찰의 성남시 압수수색 행태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오수 총장에게 항명하는 게 아니냐” 등의 추측까지 제기된다. 수사팀 내부에서 가장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김익수(48·사법연수원 35기) 부부장검사가 최근 ‘KT 불법 정치자금 후원’ 의혹 수사를 겸직하게 되는 등 사실상 배제된 점을 두고선 “성남시청 압수수색 등과 관련해 반발하다 갈등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검찰은 이 갈등설에 대해 수차례 입장문을 내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