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공식적으로 (정부의) 유감 표명을 들었습니다. 이 소리 한번 듣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이 자리까지 오기가 너무 힘이 들었는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고(故) 정유엽(사망당시 18살)군 아버지 정성재씨가 한 말이다. 유엽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3월, 폐렴 증상에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끝내 숨을 거뒀다. 정씨는 이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사건의 진상규명과 의료 공백 재발 방지를 위한 의료 관련 법 제·개정을 촉구했다.
정군, 폐렴 증상에도 코로나 결과 나올 때까지 자택 대기
이틀 뒤인 3월 12일 체온이 39도까지 오르자 정군은 경북 경산 중앙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증상은 계속 악화했고 결국 다음 날인 13일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5일 만에 숨졌다.
정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폐렴에도 집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던 점과 ▶영남대병원으로 이동할 당시 호흡곤란이 있었음에도 구급차 이동을 거절당해 아버지 자가용으로 이동한 점 ▶이후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를 연결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으나 주말이라 전문의 진료를 받지 못한 점 등 의료 대응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씨 역시 “코로나19 차단 방법으로 일반 응급환자와 사회적 약자 계층에게 행해진 의료 불평등은 K방역의 참혹한 현실”이라며 “정부와 병원 모두 다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사과 한번 안 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재난 위기 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관련법 제ㆍ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덕철 장관 “당시 준비 안 된 상태”
정은경 질병청장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응급실 폐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코로나 외 환자 진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응급 환자에 대해서는 신속 검사를 도입하거나 진료 체계 동선을 보완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복지부ㆍ의료계와 협의해 코로나 이외의 환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