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스니커테크, 왜 핫해
● 이 정도면 신발코인: 나이키 마스야드 800만원, 디올X나이키 에어 조던1 OG 하이 1100만원, 'GD 운동화'로 유명한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1300만원. 인기 한정판 스니커즈의 최근 실거래가다. 20만~30만원인 발매가 대비 40~60배로 치솟는 셈. 거래 참여자들에겐 취미와 재테크까지 일석이조 아이템.
● 낮은 진입장벽: 스니커즈는 MZ세대가 개성과 경제력을 함께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아 인기다. 명품에 비하면 저렴한 발매가, '운 좋으면 살 수 있는' 래플·드로우(추첨) 방식 덕분. 나이키가 조던, 덩크, 포스 등 다양한 라인업에서 한정판 전략을 능숙하게 운용해온 덕에 마니아층도 넓고 탄탄하다.
● 테크와의 만남: '진짜 정품 맞아?', '시세 얼마지?' 신발 커뮤니티에서 알음알음 거래되던 시절의 불안, 플랫폼이 해소했다. 2016년 나온 미국 스타트업 '스톡엑스(StockX)'는 스니커즈 리셀에 정품 검수 기능을 붙이고 주식 차트처럼 스니커즈 시세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단숨에 유니콘에 올랐다. 스톡엑스는 200여 개국에서 의류, IT기기 등 개인 간 거래(C2C)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다. 올 4월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4조원.
네이버는 왜 크림을 키우나
● 돈 많고 힙한 MZ 잡기: 크림 사용자의 80%는 2030세대다. 트렌드에 밝고, 취향 소비에 돈 안 아끼고, 투자에 관심이 많다. C2C 거래 확장기에 트렌드 세터들이 모이는 전진 기지로 크림을 세운 것.
● 스니커즈는 시작일 뿐: 크림은 스트릿 의류, 명품, 아트굿즈 등으로 거래 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난주 크림이 단독 발매한 지미추X베어브릭 굿즈는 7초만에 품절. 김민국 크림 전략마케팅 리더는 "구하기 어려운 제품, 진품 여부가 의심되는 제품을 사고 싶을 때 크림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로컬’이 유리한 리셀: 크림 투자를 리드한 최지현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은 "한정판 리셀은 판매자-구매자 간 원활한 소통, 빠른 검수, 국가별 물량이 정해져있단 점에서 '로컬 위너'가 나오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크림 외에도 일본 '스니커덩크', 중국 '나이스' 등 해외 스니커즈 플랫폼에도 투자 중.
● 네이버와 연결고리 ‘커뮤니티’: 크림은 최근 80억원에 100만 회원을 거느린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인수했다. 유력 커뮤니티를 거래 플랫폼에 붙여, 사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고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겠단 의도.
명문VC 끌어모은 크림, 경쟁력은
● 투자자들 입 모은, 검수력: 최지현 심사역은 "크림은 업계 최대 규모의 검수 센터를 운영 중이고, 검수 기준이 빡빡하기로 유명하다"며 "소비자들에게 '크림 인증=최상급 제품'이란 신뢰를 심어, 후발주자인데 빠르게 입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크림은 검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품 감정 데이터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도 개발 중이다.
● 플러스 알파, 커뮤니티: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크림의 강력한 차별점은 사용자들끼리 패션·제품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 피드(feed)를 활성화해 사용자 충성도와 참여도가 경쟁사 대비 무척 높다는 점"이라며 "크림의 커뮤니티 기능은 단순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스톡엑스보다도 월등하다"고 했다.
● 오늘 주문, 내일 배송: 지난달 시작한 '바로출발' 서비스도 크림의 경쟁력이다. 검수일이 끼면서 평균 5~7일 걸리던 배송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이달(10월) 바로출발의 일별 거래량은 지난달보다 3배 늘었다.
크림의 경쟁자는
● 무신사: 지난해 7월 선보인 정품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을 올해 5월 자회사 '에스엘디티'로 분사시켰다. 두나무가 여기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무신사 회원들의 유입, 다양한 스니커즈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가 강점으로 꼽히지만, 스타트업 '쏠닷'을 베꼈다는 의혹에 휩싸여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