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국내와 미국 증시를 오가며 대박을 꿈꿨던, 혹은 용돈이라도 벌어보려고 했던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들은 대장동 잭팟 소식에 얼마나 허탈할까.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투자했지만 동학개미 가운데 상당수는 손실을 봤을 공산이 크다. 국내 증시를 돌이켜 보면 1980년 이후 주식 투자를 할 만했던 시기는 85~89년의 3저(低) 호황 기간과 세계적으로 물가가 안정됐던 2003~2007년 정도였다. 이외에도 주가가 좋을 때도 있었지만 급등락 장세에서 반등하는 과정의 일시적이고 반사적인 것에 불과한 때가 많았다.
872만원 넣고 101억원 번 건 기적
공적 개발 이익의 사적 독점 부당
원주민에게 공정한 몫 돌려줘야
그렇다면 어째서 천화동인 2, 3호 같은 사람들은 잭팟을 터뜨린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결과를 초래한 개발 방식의 자의성에 문제가 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민간의 개발 이익 독식 배제를 이유로 민관 공동 개발 방식을 설계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 것처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했지만 소수의 개인이 개발 이익을 독차지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 준 게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공권력을 앞세워 원주민의 땅이나 주거권을 값 싸게 박탈하면서 시작됐다. 택지 개발 사업은 으레 그래 왔으니 원주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땅을 내놓았다. 이들은 지금 분통이 터진다. 자신들을 내쫓고 얻은 개발 이익으로 소수의 개인이 배를 불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872만원 정도는 투자할 여력이 있었을 것이다. 없었다면 빌려서라도, 달러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서지 않았겠나. 국민 누구라도 그랬을 터다.
하지만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물론 이 사업을 허가해 준 이 지사의 설명은 기상천외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너무 올라 오비이락처럼 대장동 사업에서 이익이 났을 뿐이지 투자자들은 오히려 위험을 감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리스크가 높지 않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가족·지인이 기껏 수백만~수천만원을 투자해 수백억~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단번에 올린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의 교훈은 토지 개발 이익을 독식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건 토지의 유한성 때문이다. 토지 공개념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헨리 조지가 토지만큼은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택은 고층 아파트처럼 얼마든지 공급을 늘릴 수 있지만 토지는 늘어나지 않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택지 예정지구를 알박기로 매수해 국민적 공분을 산 것도 결국 토지 문제였다. 이런 점에서 대장동 개발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된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다. 개발 이익을 환수해 원주민에게 다시 배분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