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여신담당자들은 지난 주말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전세자금 대출 관리 방안에 합의했다. 지난 14~15일 금융당국과 잇따라 회의를 연 직후다.
우선 은행들은 전세 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의 경우 전셋값 증액 범위 내에서만 대출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전셋값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지금까지는 기존 전세대출이 없는 세입자는 전셋값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증액분인 전셋값 2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 신청 시점도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가능하도록 바뀐다. 기존에는 입주일과 주민등록 전입일 중 이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면 대출 신청이 가능했다. 또한 1주택 보유자는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을 할 수 없고, 은행 창구에서만 대출 신청이 가능해진다. 현재 비규제 지역과 조정대상 지역의 시가 9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윳돈이 있는데도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여윳돈이 있는 데도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거나 주식 투자 등에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대출 한파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금리 등으로 너무 쉽게 돈을 빌려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쉽게 대출을 받는 풍토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 문턱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이달 마지막 주에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이 담긴다. DSR은 대출 심사 때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원금+이자)을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은 연간 원리금이 2000만원을 넘을 수 없게 된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7월 규제 지역 내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등을 시작으로, 내년 7월 총 대출액 2억 초과 대출, 2023년 7월 총 대출액 1억 초과 대출 등 3단계 걸쳐 DSR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원금을 갚지 않고 매달 이자만 내는 신용대출은 실제 만기와 상관없이 산정 만기 7년(올해 7월 이후)을 적용해 상환 원금을 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내년 7월에 산정 만기를 5년으로, 23년에 실제 만기를 산정 만기로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산정 만기 축소 시점을 앞당기면 1년 안에 갚는 원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예컨대 신용대출 3500만원을 받았다면 기존에는 매년 원금 500만원을 갚는 것으로 계산했다. 앞으로는 매년 원금 700만원(5년 산정 시)이나 원금 3500만원(실제 만기 반영) 등을 갚는 걸로 본다. 연소득 5000만원인 경우 신용대출만으로 원리금 총한도(2000만원)를 다 채우게 돼 신규 주담대를 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정 만기가 지난 4월 발표한 대로 줄게 된다면, 고소득자가 아닌 이상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함께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며 ”상환 기간을 5년 이상으로 산정한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 등을 출시하지 않으면 더 큰 대출절벽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