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4일 김씨에게 1100억원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한 뒤 제기된 의문이다. 검찰이 2014년 5월부터 그린벨트 해제 및 도시개발구역 지정, 민관합동 개발계획 수립 등 인허가 및 정책 결정 주체인 성남시에 대한 수사는 착수도 하지 않은 채 표면적인 사업 주체만 구속해 ‘꼬리 자르기’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대법원은 2016년 동업자와 함께 세탁업체를 운영하면서 주름방지용 옷걸이 보조대 특허권을 명의신탁 받은 A씨가 특허권을 제3자인 B씨에게 1000만원을 받고 이전한 행위에 대해 A, B씨를 모두 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배임죄는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배임의 공동정범으로 판결한 건 “법리를 오해했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B씨와 같은 비(非)신분자, 즉 ‘외부자’의 경우엔 배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에 따라 공범 여부가 갈린다는 뜻이다.
당시 대법원은 “거래상대방은 기본적으로 배임 행위의 실행 행위자와 별개의 이해관계를 갖고 반대편에서 독자적으로 거래에 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 배임죄의 실행으로 이익을 얻은 수익자는 공범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배임의 의도가 전혀 없었던 실행 행위자에게 배임 행위를 교사하거나 전(全)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해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사례에서도 제2 매수자의 배임죄 공범 여부를 좁게 해석하는 게 추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유였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검찰이 내부자에 대한 기초적 수사도 건너뛰고 외부자부터 신병처리를 시도하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보름이 넘어서야 뒤늦게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나선 걸 비판하면서다. 한 법조계 인사는 “내부 결재라인에 대한 수사도 없이 외부자를 먼저 수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성남시가 100% 지분을 가진 공기업이고 정관상 중요 재산처분, 분양가격 등 주요 사항은 시장에 보고 의무가 있다. 공사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남시가 배제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공사 사장 직무대리였던 유 전 본부장 외에도 최종 승인·결재권자였던 성남시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배임의 신분 요건을 갖춘 내부자다.
검찰 내부에도 김씨 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창피하다”란 말까지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 검사들은 억울할지 몰라도 현 상황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솔직히 같은 검사로서 창피하다”고 말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에 대한 강제수사를 주저하는 동안 보존 기간이 다 된 문건은 이미 파쇄됐을 것”이라며 “내부 소수만 공유하는 민감한 지시·보고 문건을 확보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일선 검사도 “특검이 발족하면 검사들이 가장 먼저 갈 곳은 성남시청”이라며 “검찰 수사가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흐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