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통화 시점은 오는 15일이 유력하다. 다만 확정된 일정이 아닌 탓에 변동 가능성은 여전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현재 (통화) 추진을 염두에 두고 관련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며 “현 단계에서 (통화 성사가)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다거나 언제 통화가 될 수 있다까지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일 갈등 여파, 文 '1순위' 배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자유민주주의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국가임에도 한국 정상과의 통화가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한 셈이다. 여기엔 위안부ㆍ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등의 현안까지 겹치며 악화한 한ㆍ일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의 취임 통화가 늦어지는 것은 그 자체가 일본이 한국 측에 보내는 불만의 메시지로밖에 해석이 되질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일본의 선택이지만, 우리 역시 그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저자세로 나서거나 일본에 요청할 뜻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 고려한 '의도적 홀대'
특히 기시다 총리는 지난 1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일본이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한국이 조기에 내놓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한국의 선제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내 정치적 고려가 불가피한 것은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자칫 일본에 먼저 손을 내미는 태도가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일 경우 휘발성이 높은 ‘굴욕 외교’ 프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 역시 대일(對日) 접촉을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관계 악화 책임 둘러싼 '네 탓 공방'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을 일본 측에만 돌리는 한국 정부의 태도 역시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혁 주미 대사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ㆍ일 관계가) 어려운 원인이 한국이라고 보는 인식은 (미국 내에)단언컨대 없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일본은 미국이 (한ㆍ일 관계에)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