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3일 공매도 거래 대금 상위 10개 종목 중 8개의 주가가 하락했다. 공매도 거래 대금이 가장 컸던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지난 1~13일 7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대금(3457억원)은 2위 HMM(1666억 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7만32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6만8800원으로 6% 하락했다.
물론 '공매도=주가 하락'의 공식이 통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공매도 거래대금 7위였던 LG화학의 주가는 77만원에서 80만8000원으로 5% 가까이 올랐다. 공매도액 거래 3위인 네이버(1615억원) 주가는 38만2000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크래프톤과 LG전자는 각각 2%, 2.4%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2.5%)보다 적게 빠지며 선방했다.
그럼에도 개미들이 공매도 때리기에 나선 건 공매도 거래 대금 상위 10개 종목 중 4개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과 겹쳤기 때문이다. 1~13일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1조7159억원)였다. SK하이닉스는 4위(1696억원)였고, 카카오뱅크는 6위(1262억원), 셀트리온은 7위(990억원)였다. 공매도가 가세한 주가 하락의 충격을 받아낸 셈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미의 분노는 청와대 게시판으로 이어졌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공매도를 영원히 폐지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4일 오후 3시 기준 5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매도 재개 후에도 거래 규모에서 외국인이 76%, 개인 1.9%에 불과해 공매도 시장 불균형이 여전하다”며 “외국인과 개인 차입 기간을 동일하게 60일로 일정 기간 만기연장을 제한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공매도, 폐지보단 개선을”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공매도 대상이 되는 기업은 대체로 전망이 좋지 않아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한다면 제도 폐지가 아닌 개인과 기관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최근 외국인 공매도가 증가 추세라고 하지만 지난 5~6월 수준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며 “6월 코스피가 3300을 돌파하는 등 연고점을 경신한 것을 보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도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업황이 꺾였다는 우려와 D램 가격 하락 공포 같은 악재의 영향으로 주가가 내렸다고 봐야 한다”며 “공매도 여부보다 기업의 본질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