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놓고 ‘대장동 패밀리’ 분열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부터 관여했던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는 지난 9일 검찰에 낸 자술서에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은 정 회계사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나온다고 한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걸 다들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 변호사는 12일 JTBC와 인터뷰에서 “(정 회계사의) 녹취록이 있다고 들었는데, 유 전 본부장의 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김씨에게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배당이 시작된 2019년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 지분을 거론했는데, (유 전 본부장에게) 줘야 할 돈이 400억원에서 700억원까지 바뀌었다”는 게 남 변호사 주장이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지분을 주장하고 있고, 김씨와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사업 설계와 로비, 유동규·김만배가 다 했다?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 변호사는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입사해 ‘유동규 별동대’로 불리는 전략사업실 산하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계획안 작업 등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사정에 밝은 공사 관계자는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연결고리로 있던 상황에서 이들이 대장동 사업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700억 약정설’과는 거리두는 남욱·정영학·정민용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별명이 ‘유원’이었는데 이 이름을 따서 법인명을 지으면 대외적으로 호가호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서에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 변호사로부터 투자금 35억원을 받게 됐다”고 했다. 남 변호사가 유원홀딩스에 보낸 돈이 투자금 성격이며 이를 유 전 본부장이 갚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700억원 약정설’과 유 전 본부장을 연결지으면서도 남·정 변호사와는 거리를 두는 논리다.
검찰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로부터 유원홀딩스 투자금을 받았다고 하는 이유는 뇌물공여죄 처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녹취록·자술서 외에도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이밖에 수사팀이 주요 인물의 대질조사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