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오병상의 코멘터리] 대장동의혹..‘그분’을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2021.10.12 22:35

수정 2021.10.1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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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와 인터뷰하는 남욱 변호사. jtbc 화면캡처.

 
 
 
 

공범 4명의 역할 등 대강 드러나

이재명 연루설..신속수사로 풀어야

 
1.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12일 대장동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달라.’

더이상 침묵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심각한 민심’이 자극이 되었을 겁니다.  


2. 대통령의 한마디는 확실히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그간 보이지않던 김오수 검찰총장이 곧바로 이어‘경찰과 적극 협력해 신속히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그러자 조사받고 풀려난 김만배 화천대유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격 청구되었습니다. 뇌물과 배임 횡령 등등 혐의로..14일 영장심사를 하면 구속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3. 때맞춰..미국으로 도피한 핵심인물 남욱 변호사가 12일 밤 jtbc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난 8월만 해도 한국에 머물던 남욱은 포르세와 집을 서둘러 처분하고 도망쳤는데..갑자기 ‘귀국해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변호사도 선임했다고 합니다. 수사가 본격화되면 어차피 귀국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4. 의혹의 주역과 줄거리는 대략 드러났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주역은 4명입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만배, 남욱, 그리고 정영학 회계사입니다. 유동규는 인허가권을 가진 권력자입니다. 김만배는 돈을 모으고 뿌리면서 로비를 합니다. 남욱과 정영학은 오래된 부동산 전문꾼입니다.  
 
5. 역시 공무원 유동규가 제일 쎕니다.  
알려졌다시피 유동규는 2014년 술집에서 남욱과 정영학의 뺨을 때립니다. 자신을 배신했다며..남욱은 억울해했고, 정영학이 유동규에게 불리한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것도..그 응어리가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유동규는 또 김만배에게 돈을 요구하고 정치인(성남시의원 등)에게 돈을 뿌리는 수법까지 지시했다고 합니다.

 
6. 돈을 주무른 김만배가 키맨입니다.  
정영학 녹취와 남욱 인터뷰는 공통적으로 ‘김만배가 7명에게 50억씩 뿌리는 로비자금 350억, 직원성과급 280억 등을 분담하라고 요구해 다툼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터트린 ‘50억 클럽 리스트’와 맞아 떨어집니다.  

대장동사업 초기..전문꾼 남욱 정영학이 법조기자 김만배를 끌어들인 것도 이런 로비역할이 필요해서랍니다.

 
7.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 분’입니다.  
김만배가 ‘천화동인1호 절반은 그 분 몫’이라고 말했다는 인물입니다. 남욱도 같은 얘길 들었다고 합니다.  
검찰은 ‘그 분’을 유동규라고 짐작하나 봅니다. 김만배가 ‘700억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진짜 유동규 몫이라고 판단한다면..더이상 배후는 없게 됩니다.

 
8. 그런데 남욱은 ‘그분’에 대해 다른 뉘앙스로 말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형ㆍ동생 하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맏형 김만배(56)가 동생 유동규(52)를 굳이 ‘그 분’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적어도 유동규 보다 높은, 더 쎈 배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야당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합니다..김만배는 ‘천화동인1호는 내 소유’라며 부인합니다.  
 
9. 주역들은 서로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남욱은 김만배를, 김만배는 정영학을, 정영학은 유동규를..지목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상황입니다. 공범을 서로 떼어놓고 심문하면서 ‘자백하면 선처하겠다’고 할 경우..서로 ‘다른 공범이 먼저 자백하면 나만 불리해진다’는 생각에서 다투어 자백하게 된다는 게임이론입니다.  
 
10. 따라서 수사기관이 의지만 있다면 ‘그 분’을 밝혀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분 찾기는..늦어도 대선 이전에 매듭지어져야 맞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억울하게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칼럼니스트〉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