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조사에서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깨트리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김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정 회계사가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했다”며 “단 한 번도 정 회계사와 진실된 대화를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만배 “악의적 편집”…녹취록 증거오염 의혹 제기
하지만 김씨는 12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과 관련해 “(과거 민영개발을 추진했던) 구사업자들의 갈등이 내 쪽으로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정 회계사에게) 말한 것일 뿐”고 반박했다. 녹취록발(發) 의혹 중 ‘350억원 로비’ ‘700억원 약정’ 등에 대해서도 “주주들이 각자 분담할 비용을 과도하게 부풀리면서 오간 사실이 아닌 말”이라고 부인하며 녹취록의 증거오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씨 측은 정 회계사 역시 “고위직 5~6명에게 50억원씩 인사해야 한다”며 200억~300억원 비용을 주장했으면서 자신 발언은 쏙 뺀 채 녹취록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녹취록 편집됐다’ 입증 땐 증거능력 탄핵 가능
당시 재판부는 녹취록이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으려면 제출된 녹취록이 ①대화 내용을 녹음한 원본 파일이거나 사본일 경우 편집 흔적이 발견되어서는 안 되고 ②녹음 경위, 대화 장소, 내용 및 대화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씨 측 설명대로 녹취록이 편집되거나 사실관계와 다를 경우 증거로서 신빙성을 갖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한명숙 동생이 쓴 ‘1억 수표’처럼 추가 물증 나와야”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배임 혐의나 로비 의혹은 상대방의 지위, 로비했다고 추정되는 시점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만 나오면 되기 때문에 정 회계사의 녹취록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도 “다만 뇌물 혐의의 경우에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때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쓰인 ‘1억원 수표’처럼 단순 녹취록보다도 금원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