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울어진 무게 추는 이 날 등장한 금리 인상 소수의견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한 7명의 금통위원 중 2명(서영경·임지원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보고 있는 상황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는 게 오늘 회의에서 다수의원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대외 변수로 인한 금융 시장의 불안 등이 이어지며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며 일단 숨 고르기를 했다. 그럼에도 한은 입장에서 11월 추가 금리 인상의 명분은 차고 넘친다.
당장 물가 안정이 급한 불이 됐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데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1.17달러)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WTI가 종가 기준 80달러를 넘은 건 2014년 10월 31일 이후 7년 만이다.
들썩이는 물가가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의 본능을 깨울 수 있다. 이 총재는 "유가를 비롯해 높은 에너지 가격이 지속하거나 더 높아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 수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개월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를 상회하고 있는데 통화정책에 있어 인플레이션은 가장 중요한 고려 상황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저성장 상태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도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성장률 자체가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을 이어가는 걸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한 금융불균형 문제도 금리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거시 건전성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다만 저금리가 상당 기간지속할 것이란 기대가 유지된다면 효과가 제약될 수밖에 없는 만큼 통화정책도 거시건전성 여건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 상승 억제 등에 금리 인상이 효과적이지 않냐는 질문에는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해) 금융불균형 완화와 금융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지 특정 자산 가격이나 특정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방문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던 입장에서 '적절히' 조정할 것이라고 바뀌었다"며 "매파(통화 긴축·금리 인상 지지)적 입장을 드러내 22년 상반기 인상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했던 경우가 드문 데다,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11월 금통위로 금리 인상을 미룬 것 같다”며 “환율과 유가 등 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불안한 만큼,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 금통위 때도 연달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