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까지 사퇴 권했지만…“결국 이재명다움 선택한 것”
지사직 조기 사퇴 여부는 그간 이 후보 경선 캠프 내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리던 문제였다. 이 후보는 줄곧 “개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도지사 직무를 다하고 싶은 것이 사실”(지난 10일)이라고 밝혔지만, 캠프 소속 일부 의원들은 “굳이 안 나가도 될 국감에 나가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재선 의원)고 반대했다.
전날엔 송영길 대표가 직접 조기 사퇴를 권했다. ‘당 지도부ㆍ대선 후보 간담회’ 뒤 송 대표는 “(이 후보에게) 하루속히 지사직을 정리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해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회견 직전인 이날 오전 경선 캠프 해단식에선 “선거를 치르려면 지사직이 굉장히 불편한 일”(우원식 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말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인사는 “결국 이재명다움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물러서면 회피” 고민 속 “메시지 달리했어야” 지적도
이 후보는 이날 국감 후 사퇴라는 결론을 전한 뒤 대장동 이슈에 관한 입장을 다시 길게 밝혔다. 회견의 80% 이상을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반박에 할애했다.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 3차 선거인단 참패 후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후보의 접근법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 후보는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이 후보는 “일부 언론과 일부 정치 세력들이 사안을 왜곡하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개발사업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며 대장동 개발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부터 연혁을 모두 읊었다.
그러면서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장동 공영개발을 포기했다. 국민의힘 정략 때문이었다”, “4년간이나 국민의힘이 시의회를 동원해서 막고 민간 개발하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결국 공영개발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시에 국민의힘요구대로 민간 개발을 했다면, 성남시 몫의 5503억원도 국민의 힘 등에 다 갔을 것” 등 국민의힘에 대한 역공에 집중했다.
다만 일부 직원들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선 “제가 관할하고 있던 인력이 약 5000명 정도 되는데, 그중 일부 직원들이 오염되고 부정부패를 했다는 의심이 상당히 들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인사권자, 관리권자의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겠다”며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이 후보의 선택을 두고 이 후보 측 인사는 “지금 물러서면 국민들께 피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지사의 고민이었다”라며 “각종 의혹이 허위라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직접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지금 대장동 의혹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면서도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돌리려면 민심에 승복하는 태도를 바탕에 두고 메시지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