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의 평가대로 레사와 무라토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 정권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팩트(사실)를 취재·보도하며 용감하게 싸웠다. 필리핀 탐사보도 플랫폼 ‘래플러’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사는 두테르테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2만 명 이상을 희생시켰다는 등의 정부 비판 기사를 거침없이 보도했다.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인 무라토프는 체첸 전쟁 중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등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동료 기자 6명이 총격, 독극물 중독 등으로 숨졌지만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국경없는기자회 등 전 세계 언론단체와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이번 수상을 환영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되짚었다. 홍콩 역시 중국 공산당의 언론 통제 정책에 신음하고 있고, 태국은 군부 쿠데타로 언로가 막혀 있다. 각국 언론인들은 구금과 살해를 포함한 폭력에 노출돼 있다. “미디어에 반대하는 수사와 미디어 종사자에 대한 공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걱정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가짜뉴스와 근거 없는 소문, 증오 표현과 프레임 덧씌우기 등으로 표현의 자유가 긴급 상황에 처해 있기로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징벌법’ 제정을 밀어붙이다가 “권력 비판에 대한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언론 탄압”이라는 국내외 언론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무기한 연기 쪽으로 후퇴한 게 불과 열흘 전 아닌가. “언론 자유 없이는 국가 간 우애도, 군비 축소도, 더 나은 세계 질서도 없다”는 노벨위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