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뮤지컬 영화이자 9년 만의 복귀작 ‘아네트’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프랑스 괴짜 거장 레오스 카락스(61) 감독의 말이다. '아네트'는 지난 7월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돼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BIFF에선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고 마스터클래스도 열린다. 전날 부산에 도착한 그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지만, 제대로 잘 하지 못해서 영화를 하게 됐다”면서 음악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괴짜 록밴드와 카락스의 현대판 오페라
카락스 감독은 “어려서부터 들은 많은 음악들이 영어 노래여서 영어 작업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오페라 가수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란 직업은 스파크스의 구상에 처음부터 있었는데, 오페라는 고급스럽고 고상하게 여기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는 저급한 것이라는 인식의 대조가 한 커플 사이에 있어 흥미로웠다”면서 “약간 이상한 방식일 수 있겠지만, 오페라에 근접한 것을 만들고 싶었다. 반신반인과 같은 사람이 있고 여성이 끝에 죽음에 이르게 되는 비극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10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자회견
첫 영어 뮤지컬 영화 '아네트' 선보여
록밴드 스파크스 15곡에 예술가 부부 비극 그려
'딸바보' 감독 "나쁜 아빠에 관한 가족 영화죠"
'라라랜드' 잔혹판 "나쁜 아빠 이야기죠"
그는 실제 '딸바보'로 알려져 있다. 영화 ‘폴라X’(1999)의 러시아 배우 예카테리나 골루베바와의 사이에서 얻은 16살 딸 나스탸의 이름을 손에 문신으로 새길 정도다. 부녀는 ‘홀리 모터스’에 이어 이번 영화에도 직접 짧게 등장한다. “두 영화는 제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 만든 것”이라며 “아버지에 관한 것, 뭔가 해답이 없는 의문점에 대해서 답을 찾고 싶었다. 제가 딸에게 나쁜 아빠인가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미국 드라마 ‘걸스’를 통해 8년 전부터 지켜봤다는 주연 아담 드라이브에 대해선 “이상하고 흥미롭다”며 대표작을 함께해 자신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드니 라방과 나란히 언급했다. 데뷔 37년째를 맞는 영화인생을 한마디로 압축한 단어로는 ‘혼돈(Chaos)’을 꼽았다.
나쁜 영화들 속에 신뢰할 만한 홍상수 영화
카락스 감독이 부산을 찾은 것은 자신을 다룬 다큐멘터리 ‘미스터 레오 카락스’로 2015년 방문한 뒤 6년 만이다. 올해 영화제 측과 소통 차질로 내한이 늦어져 9일로 예정됐던 관객와과의 대화가 불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부산에 도착한 지 24시간도 안 됐다”며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 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네트’는 오는 27일 극장에서도 정식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