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충전소 경기 10곳, 부산은 2곳뿐…전기차는 '급속' 부족

중앙일보

입력 2021.10.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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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수소충전소에서 운전자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뉴스1

수소ㆍ전기차 등 이른바 '무공해차'가 빠르게 느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충전 시설 보급은 차량 증가세를 못 따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충전 인프라를 크게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역 간 격차, 완속ㆍ급속 충전기 불균형 등이 여전한 것이다.
 
10일 환경부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수소차 충전기는 116기(지난달 28일 기준)다. 2016년까지는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2년 전부터 100기 넘게 확충됐다. 하지만 시도별로 들여다보면 차이가 크다. 가장 많은 경기도가 22기지만, 경북은 성주군에 설치된 게 유일하다. 충전소 1곳당 기기는 1~3대가 대부분이다.

환경부 "도심 거점 시설 확충, 지역 편차도 줄일 것"
노웅래 의원 "차량 보급만큼 충전 인프라 구축 필수"

이는 수소 차량 수와도 비례하지 않는다. 경기도엔 2015년 이후 수소차 2809대가 등록되는 동안 충전소 10곳이 들어섰다. 차량 127.7대당 충전기 하나꼴이다.
 
경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산은 같은 기간 수소차 1218대가 늘어났지만, 충전시설은 단 두 곳(강서구ㆍ사상구) 갖춰지는 데 그쳤다. 약 600대가 하나의 충전기를 공유하는 셈으로, 경기의 5배 수준이다. 수소 승용·승합차 2202대가 보급된 서울 내 충전소도 4곳(마포구·서초구·영등포구·강동구)에 불과하다. 운전자가 시내 충전소까지 가는 데만 한참 걸리는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소차는 2020년 한 해 동안 5843대가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5321대가 새로 등록돼 작년 치를 훌쩍 넘길 게 확실하다. 이에 맞춰 정부는 내년까지 전국 충전기 310기, 2025년까지 450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안에도 64기를 추가 설치해 180개를 맞춘다는 목표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안전·비용 등의 걸림돌이 여전한 데다, 충전소 하나 짓는데도 보통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는 지자체마다 추진 의지가 다른 데다 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수소(부생수소)를 쓰다 보니 울산 등 공단이 많은 지역에서 주로 관심을 가져 지역별 편차가 난다"면서 "앞으로 설치 부지와 사업자를 빠르게 찾아 계획대로 시설을 확충하겠다. 기존 주유소, LPG 충전소 부지를 활용하려는 규제 개선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전기차 충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8월 말까지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9만1927개 설치됐다. 이 중 완속은 7만8196기, 급속이 1만3731기다. 완속이 급속의 약 6배 정도다.


문제는 둘 사이의 충전시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급속은 완전 방전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0분 정도 있으면 된다. 반면 완속은 충전을 마치는 데 4~5시간 걸린다. 오래 세워둘 수 있는 주택가에선 괜찮지만, 빠른 이동이 필요한 시내에선 적절치 않은 것이다.
 
지역별 불균형도 뚜렷하다. 전기차가 3만1447대(8월 말 기준)인 경기도는 급속 충전기가 2407기 설치됐지만, 3만5254대로 더 많은 서울은 1401기에 그쳤다. 다른 지자체도 해당 비율이 제각각이다. 특히 '충전기 찾기' 경쟁이 치열한 시내 중심지일수록 급속 충전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전기차 등록 대수(이륜차 제외)는 올 8월 19만5640대로 2019년(8만9918대)의 두 배로 뛰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급속 충전기 2만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의 차량 대비 충전시설 수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조만간 저가 전기차가 대거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도심 충전소를 중심으로 병목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도 지난 8월 결산분석 보고서를 통해 급속 충전기 확충이 늦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이 편성된 공공 급속 충전기 설치 사업은 연례적으로 계획 대비 실적이 미달해 사업 이월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충전기 설치가 적시에 집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공 부지 등 설치가 쉬운 곳 위주로 급속 충전기를 확충했지만, 앞으로는 시내 거점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입지에 설치할 계획이다. 차 제조 업체의 충전기 설치를 유도하는 등 민간 보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지자체ㆍ중앙 정부의 확충 로드맵을 연계해 지역별 편차도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의원은 "수소차와 전기차는 급격히 증가하는 데 비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탄소 중립이 헛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무공해 자동차뿐 아니라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