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은 이들 기업에 대해 대대적인 불매 운동을 벌이며 맞불 작전을 펼쳤다. 14억 중국 인구의 불매 운동 여파는 상당했다. 주요 온라인몰에서 이들 기업의 상품은 차단됐다. 심지어 일부 디지털 지도에서 매장 위치 정보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타오바오, 징둥닷컴, 핀둬둬(拼多多) 등 온라인몰에서 H&M 스토어가 사라진 것은 물론 샤오미, 화웨이, 비보, 텐센트 등 모바일 앱(APP) 스토어에서도 쇼핑몰 앱이 삭제됐다. 이에 H&M의 매출은 직격타를 맞았다. H&M의 올해 2분기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으며, 7400만 달러(878억 3800만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베이징에 오픈한 매장에서는 아르켓의 첫 스페셜티 커피숍을 운영한다. 총 2층으로 된 매장 규모는 860㎡에 달한다. 홈, 여행 등 가족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아르켓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콘셉트를 모두 담았다고 평가 받는다. 아울러 ‘지속가능성’과 ‘투명성’ 등 현시대가 지향하는 가치를 앞세운 곳이기도 하다. 모든 아르켓 제품에는 리사이클과 지속가능성 소재가 사용됐다.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 오픈을 앞둔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역시 H&M그룹이 런칭한 브랜드다. 처음 시작은 화장품이었으나 여성복, 신발, 주얼리 등 조금씩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곳이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특유의 ‘저렴이’ 느낌도 사라졌다. 가격대는 H&M 제품보다 훨씬 높다. 비슷한 스타일의 흰 셔츠의 경우 H&M에서는 최대 200위안(3만 6882원)정도, 아르켓과 앤아더스토리즈의 경우 약 600위안(11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매장을 오픈하기 전, 이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장성을 확인했다. 앤아더스토리즈와 아르켓은 각각 지난 2019년 8월과 2020년 4월 티몰에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했다. 이들 스토어는 각각 101만 명, 25만 6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했다. 이 중 아르켓 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캔버스백은 월간 300개가량 팔렸다.
순탄할 것만 같던 H&M 그룹의 성장세에 제동을 건 것은 중국 시장이다. 중국은 미국과 독일에 이어 H&M 그룹의 세 번째로 큰 시장(전체 매출의 약 6%)이다. 앞서 설명한 불매 운동 때문에 H&M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상하이 난징시루(南京西路)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함한 13개 매장을 중국 본토에서 철수했다.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매장 역시 고객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신장 면화’ 사건 외에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전반적인 매출 급감도 H&M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품질과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게 수년 째 외면받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에서 H&M과 GAP의 연간 매출은 각각 3.0%, 18.2%씩 감소했으며, 자라(ZARA)의 모기업인 인디텍스(Inditex)의 매출 증가세도 9.2%로 둔화됐다.
중고의류 위탁 판매 업체 스레드업(ThredUP)이 펼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밀레니얼 세대(M세대)의 40%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제품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Z세대 응답자의 54% 역시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영국과 미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ASOS, New Look, TOPSHOP, Urban Outfitters와 GAP 산하 브랜드 Old Navy, Esprit은 잇달아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한편 아르켓은 지난 3월 한국에도 첫선을 보였다. 여의도에 아시아 첫 매장을 오픈, 단 일주일 만에 2억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장 후 몇 달간 예약해야만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20~40대 여성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과연 아르켓이 H&M에 대한 불매 운동 등 악재를 딛고 중국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흥행 실적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