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로 사라졌던 야생 물장군, 백령도에서 발견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7 12:00

수정 2021.10.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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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서 발견된 물장군.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최근 보기 힘든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물장군이 백령도에서 발견됐다. 물장군은 유해종인 황소개구리도 잡아먹을 수 있는 물속 최상위 포식자다. 과거 논이나 물웅덩이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곤충이지만, 도시화 이후 육지에선 서식지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서해5도 생물다양성 정밀 조사를 통해 물장군이 백령도에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017~2018년 조사에서는 소청도와 연평도에서 물장군 서식지가 발견된 바 있다. 물장군은 2012년 5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이후 제주도, 강화도 등 섬 지역에서만 서식지가 발견됐다. 육지 서식지는 극히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백령도 내 물장군 서식지.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물장군이 육지에서 사라진 이유는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농약 과다 사용 등이다. 물장군은 주로 농수로나 작은 연못, 저수지 등 고인 습지에서 산다. 농지가 사라져 서식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고, 농약 등 화학물질이 많이 쓰이는 탓에 번식이 어려워졌다. 또한 시골길 곳곳에 설치된 가로등 불빛에 끌려 나와 차에 밟히거나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물장군은 서식지 외 보전기관에서 방사를 해도 도시화된 육지에선 복원이 힘든 종이다. 섬에서라도 자연적으로 서식하고 있다면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몸길이가 최대 7cm에 달하는 물장군은 우리나라 노린재목 곤충 중에서 가장 크다. 유충은 약 40일간 성장 기간을 통해 5번의 허물을 벗고 자란다. 성충이 되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등 다양한 수생생물을 잡아먹고 산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물속 최상위 포식자인 물장군은 유해종인 황소개구리까지 잡아먹을 수 있다. 복원된다면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물장군.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한편 서해5도는 물장군 외에도 딱정벌레목의 소금잘록호리가슴땡땡이, 염전넓적물땡땡이, 가시점박이물땡땡이 등 수서곤충들의 주요한 서식지다.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서해5도는 생물지리학적 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건강하게 보전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