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 4일 이후 북한은 연이어 한국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며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통신선은 남북 상호 간의 소통 수단임에도, 이를 복원한 것을 일종의 ‘선조치’로 둔갑시키며 남북 관계의 공을 한국 측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결적인 자세와 상습적인 태도부터 변해야 한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이 당시 연설에서 ‘10월 초 통신선 복원’ 카드를 꺼내 들었단 점을 감안하면 통신선 복원의 대가로 한국 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셈이다.
"태도 변화" 요구하며 공 떠넘긴 北
이는 결국 한국을 향해 당근과 채찍을 쓰며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 완화 등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이 나서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확장하며 핵 무력 증강을 지속하는 모양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6일(현지시간) 영변 핵시설에서 기존의 우라늄 농축 시설 바깥에 추가적인 확장 공사를 진행한 이후 지붕을 씌운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붕이 씌워진 곳은 당초 공터였는데, 북한은 지난 8~9월 이 지역의 나무를 베어내고 벽을 세우는 등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해당 면적은 약 약 630㎡(가로 42m×세로 15m·벽면 포함) 규모로 추정된다.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 가능성"
영변 핵단지의 경우 한·미 정보 당국을 포함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다. 군 자산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민간 위성을 통해서도 수상한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포착된다.
이같은 점을 알면서도 북한이 확장 공사를 진행한 것은 국제사회에 핵 무력 증강 의지를 알리는 조치로 풀이된다. 결국 통신연락선 복원 조치로 한국 정부가 남북 대화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면서, 동시에 핵 능력 강화로 대미 협상력을 키우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탕·식용유 사들이고 방역 물품도 반입
한국무역협회(KITA)의 북한무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북·중 무역액은 전월 대비 37.8% 증가한 288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북한은 특히 장기간 품귀 현상을 보이던 식용유·설탕·조미료 등을 중국으로부터 사들였다. 북·중 교역액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KITA는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향후 북한의 대중국 교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최근 중국 다롄(大連)항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물품까지도 반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발간한 코로나19 주간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필수적인 코로나19 의료용품을 지원하기 위해 WHO가 중국 다롄항을 통한 운송을 시작했다”며 “전략적 비축과 추가적인 대북 발송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