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9% 하락한 2962.17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3월 24일(2996.3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초 3000시대를 열며 3302.84(6월 25일 종가)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다시 200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2.83% 내린 955.37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전력난, 에너지 가격 치솟아
지수의 추락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일제히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포함) 가운데 현대차(0%,보합)를 제외한 9종목이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7.2%)가 하락 폭이 가장 컸고, 카카오(-4.72%), 삼성SDI(-3.82%), 네이버(-3.01%) 등도 3%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역시 전 거래일보다 1.37% 하락한 7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저가이자 지난해 12월 8일(7만17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채권과 원화값도 동반 하락세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7% 오른 1.650%로 장을 마쳤다. 연중 최고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0.033% 오른 2.291%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이날 원화가치도 달러당 1188.7원으로 전 거래일(1일)에 이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9일(1189.1원) 이후 1년 1개월 만의 최저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가와 원자재 값도 치솟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3% 오른 배럴당 7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석탄·천연가스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가 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의회에서 부채 한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 재무부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이나 유예 시한을 18일로 못 박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국가부채 한도 증액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8일께 사상 초유의 지급불능(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증시 전문가는 해외발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의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상국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우려와 미 의회 부채협상 난항, 중국 부동산 파산 위험 등 굵직한 악재가 겹겹이 쌓였다”며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일시적으로 코스피 2900선이 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심리 위축”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특히 급격한 물가상승에 (연준이) 경기가 안 좋은데도 긴축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다음 달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에서 긴축 우려를 완화해 주는 신호가 나온다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에선 연말로 가면서 혼란과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주가도 회복세를 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소비 회복이 이어지면 기업 이익이 늘면서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