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오재일은 지난겨울 삼성과 4년 최대 50억원에 계약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30억원 정도의 예상가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나이도 걱정이었다.
그는 3월 말 옆구리 복사근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오재일은 4월 27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그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조금 있었던 거 같다. 더 잘하려다 보니까 부상도 경험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오재일의 타율은 갈수록 올랐다. 4월을 0.214로 마친 뒤 5월(0.263)과 6월(0.287) 조금씩 끌어올렸다. 덕분에 도쿄올림픽대표팀에 뽑혔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처음 달아보는 태극마크였다.
하지만 올림픽 직후 타격감이 차갑게 식었다. 8월 타율이 0.250에 불과했다. 월간 장타율도 0.308로 뚝 떨어졌다. 그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때 좀 처져 있었다. 올림픽과 상관없이 잘 맞지 않았던 시기였다. 안 좋았던 흐름이 한 달 이상 가면 안 되니까 다시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재일은 9월에만 홈런 10개를 때려냈다. 한 달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건 데뷔 후 처음이었다. 리그 월간 홈런과 타점 모두 1위.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세 번이나 달성했다. 오재일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8월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9월이 되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조금씩 날이 풀리면서 체력적, 심리적으로 잘된 것 같다. 감이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재일의 숨겨진 강점은 1루 수비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1루수의 포구가 불안하면 (내야수들이) 공을 잡은 뒤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고 걱정한다. 오재일은 웬만한 걸 다 잡아낸다”고 평가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재일은 악송구가 와도 부드럽게 캐치한다. 1루 수비가 KBO리그 톱”이라고 극찬했다. 팀 동료 오선진도 “1루 수비가 정말 중요한데, 재일이 형은 타깃(덩치)이 크다 보니 던질 때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내야수들이 부담 느끼지 않도록 송구를 다 받아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오재일 덕분에 팀 타선과 수비의 짜임새가 확 달라졌다. 구자욱-호세 피렐라-오재일-강민호로 이어지는 타선의 무게감이 리그 최고 수준이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1루가 탄탄해지니 전체적인 내야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그 결과 삼성은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뒀다. 오재일은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없다. 팀 우승이 최고의 목표”라며 “팀이 우승하면 개인 성적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