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가 핥은건 가짜 달고나? '오징어게임' 속 뜻밖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10.05 19:33

수정 2021.10.0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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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이정재가 달고나를 핥아 녹이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속 '달고나'의 원래 이름은 '뽑기'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가운데, 드라마 속에 등장한 설탕 과자 '달고나'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일 해외 네티즌들의 '달고나 사랑'을 소개한 뒤, 달고나 명칭과 유래에 대해 이러한 독자들의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달고나 재료, 원래 설탕이 아니다?

달고나는 원래 설탕이 아닌 포도당 덩어리를 녹인 뒤 소다 가루를 넣어 휘저어 먹던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국자 위에 깍두기 모양의 하얀 포도당 덩어리를 얹고 연탄불에 녹인 뒤 소다 가루를 넣어 휘저어 먹던 '달고나'…(후략)" 
 
2003년 중앙일보 지면은 온라인쇼핑몰에서 '달고나'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지적도 이와 비슷합니다. 설탕을 녹인 건 '뽑기 '이고, 포도당 덩어리를 녹인 게 '진짜 달고나'라는 것입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커뮤니티에 달고나를 소개하며 "포도당을 연탄불에 올려 녹이고 식소다를 조금 넣은 뒤 저으면 연한 금빛으로 부풀어 오른다"며 "(설탕)뽑기와 다른 점은 설탕이 아니기 때문에 단단히 굳어지지 않고 찰기가 있다. 찰지고 쫀득하며 청량한 맛과 약간 고소한 맛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서 뽑기처럼 모양을 만들어 먹는 건 불가능했다. 국자째 젓가락으로 찍어 먹고 나서, 마지막엔 물을 조금 넣어 나무젓가락으로 찍어 먹을 수 없는 나머지 부분을 녹여 먹는다"며 "가격도 (설탕) 뽑기보다 비쌌고 녹이는 데 공이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넷플릭스 속 '달고나'에는 포도당 덩어리 대신 설탕이 사용된 듯합니다. 넷플릭스의 요청으로 사흘간 직접 '오징어 게임' 소품을 만든 임모씨 부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설탕만 15㎏을 썼는데 달고나를 몇 개 만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촬영 현장에 직접 방문해 사흘간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쪽자vs뽑기vs오리띠기…지역마다 명칭도 달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뽑기 가게에서 시민들이 뽑기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설탕을 녹인 뒤 소다를 넣어 부풀려 납작하게 누른 뒤 별·사랑(하트)마크 등 모양을 찍고 옷핀으로 긁어 모양을 떼내면 덤으로 하나씩 더 주는게 '뽑기' 다."

 
1998년 중앙일보 지면에 소개된 '뽑기 재등장' 기사의 일부입니다. 종합해보면 '오징어 게임' 속 소품처럼 설탕을 녹인 뒤 납작하게 모양틀을 올려 눌러낸 건 '뽑기'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불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뽑기'가 지역별로 다른 이름으로 불려왔다고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선 '뽑기', 충청 지역에선 '띠기', 대구·경북에선 '국자' '파짜꿍' 등의 이름으로 불려왔다고 합니다. 부산·경남 지역에선 '쪽자' '하치' '구지' '노카묵기'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노카먹기'는 설탕을 녹여 먹는 행동을 사투리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밖에도 제주에선 '떼기', 통영에선 '야바구', 마산에선 '오리떼기'(오려떼기) 등의 명칭으로 불렸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성공하면 한 판 더? 뽑게 잘하는 꿀팁은

1996년 중앙일보에 소개된 '군것질 문화' 풍경.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뽑기 가게 주인이 우산 모양 뽑기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게임에선 '동그라미' '별' '세모' '우산' 모양을 손상하지 않고 잘 떼어내야 목숨을 건지고, 다음 라운드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현실 '달고나 게임'에선 목숨을 걸지는 않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성공 시 새 달고나를 한 판 더 주거나 엿·사탕 같은 상품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뽑기를 잘하는 팁은 무엇이 있을까요?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이정재 분)은 뽑기 뒷면을 침으로 살살 녹여 '우산'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바늘에 침을 발라 설탕을 녹이는 것까지 '반칙'으로 처리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소품을 만든 임모씨 부부에 따르면 모양이 찍히는 강도가 항상 일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들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뽑기 잘하는 꿀팁으로 "바늘을 불로 달궈서 가장 깊이 찍은 데를 살살 녹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영화 속 숨겨놓았던 라이터로 바늘을 달궈 뽑기에 성공했던 한미녀(김주령 분)의 방법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