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배기의 신공? 9억 들고 태어나 25억 서울 아파트 샀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13:13

수정 2021.10.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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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최근 4년간 만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주택을 매입한 사례가 5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들인 주택의 합산 금액은 1000억원을 웃돈다. 이들은 또 증여 등 '가족 찬스'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통해 매입 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총 552건의 주택 매매를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입가격은 총 1047억원 규모다. 또 만 10세 미만 주택 구입자의 82.2%(454건)는 주택구입 목적을 '임대'로 신고했다.
 
연령대별로는 만 8세가 86건(182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만 9세 79건(181억9000만원), 만 7세 69건(128억8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영아가 주택을 구입한 사례도 11건(25억1000만원)이나 됐다. 

10세 미만 미성년자 주택구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단독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례도 많지만, 2∼3명의 미성년자가 공동으로 구입한 사례도 전체의 17.6%(97건)를 차지했다. 공동 구입 사례를 고려하면 4년간 만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매입한 주택은 455채로 다소 줄어든다. 이들 대부분은 증여, 갭투자 등을 통해 주택구입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갭투자는 전체의 66.7%(368건)를 차지했고, 부모 등 가족에게 증여를 받아 자금을 조달한 경우도 59.8%(330건)로, 절반이 넘었다.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2018년 서울에서 24억9000만원에 주택을 공동으로 구입한 2018년생과 1984년생의 경우 각각 9억7000만원을 자기 예금에서 조달하고 임대보증금 5억5000만원을 더해 주택을 구입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만 0세이던 2018년생이 증여나 상속 없이 9억7000만원의 자기 자금을 보유하고, 이를 주택 구매에 사용한 것이다. 


김회재 의원은 "미성년자 편법증여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세무조사 등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