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헝다 그룹의 불똥은 중국에서 약 6400㎞ 떨어진 스웨덴까지 튀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전기차 업체 ‘헝다 내셔널 일렉트릭 비클 스웨덴’(헝다NEVS)은 최근 스웨덴 트롤헤탄에 있는 자사 공장 직원 6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300명을 해고했다. 스테판 틸크 NEVS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직원 감원은 물론 전기차 개발도 중단됐다. 공장(운영)은 사실상 폐쇄됐다”며 “헝다로부터 더는 자금조달이 되지 않아 (직원 감축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헝다 신에너지 자동차 (헝다자동차)가 스웨덴 자동차 회사 사브의 전기차 부문을 인수해 만들었다. 헝다 그룹이 자금난에 처하면서 헝다NEVS도 돈줄이 말랐다. 직원에게 줄 월급마저 밀렸다. 틸크 CEO는 “헝다그룹을 믿지 않고 독자적으로 인수나 자금지원을 해줄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의 핵심은 공급 부족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회복 중인데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본사를 둔 단열 생수병 제조사 심플모던은 최근 중국 저장성 취저우 당국으로부터 중국 현지 공장을 통상보다 2일 줄어든 주 4회만 가동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에도 한도를 둬 실제 공장 가동률은 평소의 3분의 1 정도다.
마이크 베컴 심플모던 CEO는 WSJ에 “(중국 전력난으로) 내년 봄에는 미국의 소매 상품 가격이 15%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반도체 부품 공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전력난으로) 세계 시장은 섬유, 기계 부품 등의 공급 부족을 느낄 것”이라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헝다 리스크와 전력난이 단기간에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헝다그룹은 지난달 29일까지 ‘2024년 만기 헝다 달러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해야 했던 4759만 달러 규모의 이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를 내지 못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29일 헝다가 자회사인 성징은행(盛京銀行) 지분 19.93%를 99억9300만 위안(약 1조813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