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20년째 수사중인 '대전 권총강도'
피해를 본 차량은 최근 파리바게뜨 배송 기사들의 파업으로 회사 측이 대체 투입한 화물차였습니다. 경찰은 피해 화물차를 따라 휴게소로 들어온 승용차 2대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승용차에 탔던 남성이 화물차 밑으로 들어가는 게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한 겁니다.
경찰은 이 남성 등 3명을 특수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 중입니다. 3명이 화물차를 망가뜨림으로써 배송 업무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본 겁니다.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휴게소 내 사건이 CCTV 덕분에 손쉽게 해결된 순간입니다.
이 사건처럼 “CCTV가 사건을 해결했다”는 소식만 들으면 착찹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20년 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입니다. 당시는 방범용 CCTV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데다 사건이 난 은행 지하주차장에는 CCTV가 아예 없었다고 합니다.
20년 전 담당 형사 “CCTV만 있었더라면…”
사건은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발생했습니다. 대전 국민은행 둔산지점 지하주차장으로 현금 6억 원을 실은 이스타나 승합차가 들어선 겁니다. 1만 원권 3만장(3억 원)이 담긴 가방 2개를 실은 차에는 국민은행 용전지점 김모 과장(당시 45세)과 청원경찰, 운전기사 등 3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김 과장 일행이 승합차에서 내려 현금가방을 손수레에 올리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검정색 그랜저XG 차량이 승합차의 뒤쪽을 가로막더니 복면을 쓴 남성이 내려 권총을 발사한 겁니다. 당시 남성이 쏜 총알 두 발을 맞고 쓰러진 김 과장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김 과장이 쓰러진 사이 남성은 수레 위에 놓여 있던 가방 두 개 중 한 개를 그랜저 차량에 싣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모든 게 불과 4~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답니다.
130m 떨어진 건물서 차 갈아타고 도주
경찰은 범인들이 현금수송 차량의 이동경로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점으로 미뤄 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범행으로 추정했습니다. 범행 수법이 대담한 데다 권총까지 사용한 범죄여서 동종 전과자도 용의 선상에 올리게 됩니다.
수사 끝에 경찰은 범인을 3명으로 추정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현금을 강탈한 2명과 또 다른 1명이 함께 움직인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범행에 이용된 3.8구경 권총은 두 달 전 대전에서 순찰 중 피습을 당한 경찰관이 분실한 것이라는 것도 파악이 됐습니다.
은행 직원, 전과자까지 5000명 용의 선상
제자리를 맴돌던 수사는 술자리에서 자신이 범인의 지인이라고 떠든 20대 남성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면서 탄력이 붙는 듯합니다. 이 첩보를 근거로 사건 발생 8개월 만인 2002년 8월 송모(당시 21세)씨 등 3명을 검거한 겁니다.
2015년 공소시효 폐지…미제팀서 계속 수사
애초 이 사건은 2016년 12월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대전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에서 현재도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갖고 있는 이 사건 관련 자료는 1t 트럭 한 대 분량에 달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