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인사이드]은밀하게 침투하는 북한 미사일…기술 원조는 이란?

중앙일보

입력 2021.10.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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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첫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에 나섰다. 아직 시험 단계라고 하지만 큰 위협이 된다. 앞서 15일에는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열차 탑재 탄도미사일은 러시아와 중국을 모방한 발사 플랫폼 다양화 시도로 판단된다. 13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처음 공개했다.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은 지난 1월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로켓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 전술무기들을 연이어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이번에 발사 장면을 처음 공개했을 뿐이다.
 
그동안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중하던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개발한다고 오래전부터 예상됐다. 탄도미사일은 탄도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발사 직후 레이더에 탐지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북한이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은 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으로 열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신문

 
그러나 순항미사일은 낮은 고도에서 수평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 레이더나 함정이 먼 거리에서 탐지하기 매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무기 선진국뿐만 아니라 이란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함께 개발해 운용한다.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이전부터 폭발물을 탑재한 무인기를 순항미사일처럼 사용하려 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김일성 출생 100주년 열병식에 미국이 개발한 MQM-107 표적기를 개조한 무인타격기를 공개했다.
 
정확한 성능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기반이 된 MQM-107 표적기는 동체 길이 5.51m, 직경 38㎝, 날개 길이 3.01m, 중량 662㎏, 최고속도 시속 1015㎞, 체공 시간 2시간 정도로 1000㎞ 이상 비행할 수 있다.
 
북한 무인타격기는 위성항법과 관성항법 장치를 사용해 정밀하지는 않지만, 순항미사일처럼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처럼 지형을 읽고 낮게 비행하는 능력은 갖추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애물이 없는 바다에서는 러시아 위성항법 글로나스 또는 중국 베이두 도움을 받아 낮게 비행할 수 있다.
 

지난 29일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의 이름이 '화성-8'형이라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북한은 전날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노동신문

 

북한ㆍ이란 미사일 개발 협력 의혹

 
북한은 늘 자기들이 무기를 자체 개발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일부 무기는 외부, 특히 이란의 도움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란은 우리 해군도 사용하는 이탈리아 오토멜라라의 76㎜ 함포를 무단 복제했다. 북한도 함정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함포를 장착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란과 무기 협력 관계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 개발에서도 이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이란은 오래전부터 중국제 대함미사일과 러시아제 순항미사일을 복제해 생산한다. 프랑스와 체코가 개발한 엔진도 허가 없이 복제한다.
 
이란은 1990년대 초반 우크라이나에서 밀수한 Kh-55(나토분류명 AS-15 켄트) 순항미사일을 분석해 최대 사거리 1350㎞ ‘소우마’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 축소형인 최대 사거리 700㎞ ‘쿠드스-1’도 개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순항미사일처럼 동체에 엔진을 내장하고 공기흡입구만 드러난 형태의 최대 사거리 400㎞ ‘야 알리도’ 개발했다.
 

러시아 Kh-55와 이란의 소우마, 쿠드스-1, 야 알리 비교도. 사진 hisutton.com

 
이란은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크의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하면서 약간 손본 쿠드스-1을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예멘 후티 반군에게도 자신들이 개발한 것과 약간 형태를 달리한 순항미사일을 공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란이 북한에도 순항미사일 기술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순항미사일, 빨리 보면 막을 수 있어

 
북한이 발표한 대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1500㎞라면 동해안과 서해안을 우회해 한국으로 침투할 수 있다. 목표는 내륙이 아니더라도 해안에 위치한 레이더나 해군 기지 등 군사 시설은 물론이고 미군 증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항구나 비행장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다.
 

북한이 2012년 4월 열병식에 공개한 북한 무인 타격기. 중앙포토

 
순항미사일은 비교적 느리게 비행하기 때문에 탐지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빨리 탐지한다면 경보도 할 수 있고, 적절한 수단으로 대응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조기 탐지가 필수적이다. 
 
조기 탐지는 지상에선 어렵지만, 하늘에서라면 가능하다. 해군 함정을 순항 미사일 탐지를 위해 바다에 상시 배치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순항미사일 탐지에 조기경보기를 사용하거나, 레이더를 탑재한 기구를 사용한다. 우리 공군은 순항미사일 탐지가 가능한 E-737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상시 감시체계를 구성하기엔 부족해 2대를 추가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항공통제기 E-737(피스아이)와 공군 전투기가 비행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우리 군이 준비하고 있는 정찰 위성을 통한 사전 발사 징후 포착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초소형 위성은 대형 위성의 감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수단이다. 이들 외에도 저고도 감시가 가능한 레이더를 장착한 무인기도 적절한 탐지 수단으로 꼽힌다.
 
순항미사일은 위협적이지만, 잘 대비만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준비와 함께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직후 국내 일부에서는 탄도미사일을 100㎞ 고고도에서 막기 위해 배치된 사드가 순항미사일을 막지 못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왔는데, 이것은 무기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있던 15일, 우리 군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발사에 성공했고, 고위력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공개하면서 응징 보복 능력을 드러냈다. 
 
그러나 우리의 막강한 보복 전력도 핵 탑재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공격을 막아내지 않으면 쓸 수 없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쐐기를 박을 단호한 행동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