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비호감을 자랑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만의 미국 대선이 그랬다. 분열과 갈등뿐인 비정상 선거에서 두 사람은 자기편만 보고 달렸다. 지지층을 결집시킬 확실한 재료만 퍼붓다 막판엔 ‘안 보이는 것도 전략’이라며 숫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려고 애썼다. 상대편 실수를 기다렸다. 어차피 ‘누구를 더 용납할 수 없느냐’가 관건이다. 득점보다 실점을 줄이면 호감을 못 늘려도 비호감은 줄일 수 있다. 이런 선거에서 통합 정치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분열과 리더십 위기에 갇힌 미국 용광로는 지금 깨진 틈으로 끊임없이 쇳물이 뿜어져 나온다.
후끈 달아오른 우리 대선판이 닮았다. 여야 1, 2위를 다투는 후보 4명에겐 몽땅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상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후보에 대한 기대가 선거판 저변을 흐르는 에너지다. 미국선 그래도 부통령 짝짓기로 비호감을 반전시키려는 흥행 시늉이 있다. 우린 대놓고 안으로만 굽고 우리 편으로만 향한다. ‘나를 욕하는 사람은 원래 나를 안 찍을 사람들이다. 신경 쓰지도 않고 기분 나쁠 필요도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니 어떤 엽기적인 사건이 터져도 시비가 없다. 죄다 상대방 탓이다. 진영 유불리만으로 치고받는다.
정치 중립 의심받는 지금 검찰론
대선주자 수사 논란만 키울 것
의혹 당사자가 특검 요구 나서길
특권과 반칙을 몰아내고 흑백을 가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위법이 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분들이 엄중한 의혹을 받는다면 자신들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특검 수사를 앞장서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수사에 100% 동의한다면서 특검엔 반대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역대 최악이란 비호감 선거를 호감 선거로 돌릴 기회다. 싫은 사람 말을 듣지 않듯이 유권자는 싫은 후보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무게로 공정하게 진위를 가리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나라가 사실상 분단 상태다. 통합을 약속한 지금 정부가 더 확 키웠다. ‘우리 이니 마음대로 해’란 쪽 눈치만 살피다 스멀스멀 ‘대깨문의 나라’가 됐다. 이젠 바꿀 때도 됐다. 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닐스 보어는 빛을 연구하며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선거는 지지층만 치르는 게 아니다. 반대 여론에도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싫어하는 사람과 말도 섞어야 한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물러나라고 손가락질해서 될 일이 아니다. 손가락이 먼저 자기를 향해야 한다. ‘나도 너도 모두 특검 받자’는 얘기를 왜 못하나. 선거는 갈등의 끝이어야 한다. 시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