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정부는 적절 조치 취해"
청와대는 전날 오전 6시 43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약 1시간 뒤인 오전 8시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다만 정부는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로만 규정하고 "한반도의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발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도발'이라는 말은 없었다.
김여정 경고 받고 쑥 들어간 '도발' 표현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직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도발' 발언을 강도 높게 경고하고 나섰단 사실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25일 담화에서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며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를 계기로 종전 선언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상황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화할 경우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한 '로 키'(low key) 대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8일 북한이 쏜 미사일에 대해 '탄도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미ㆍ일ㆍ영ㆍ독 등이 곧바로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과 비교된다. 주요 관련국이 한 목소리로 '북한이 쏜 미사일은 유엔 안보리가 금지하는 탄도미사일의 성격을 띈다'고 본 것인데, 북핵 위협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의 대응만 온도 차를 보인 셈이다.
이인영 "비핵화ㆍ평화ㆍ교류 동시에"
또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세 가지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체제 정착 ▶남북 교류 복원을 꼽으면서 "어느 하나를 먼저 하고 나머지를 뒤로 하는 접근은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 성공했다 말하기 어렵다"며 "세 가지 과정을 동시적, 단계적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에 있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자칫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 장관은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해선 "제재 문제를 풀어내려면 비핵화 협상이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방미 중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4년동안 유예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인센티브로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유럽으로 떠나는 이 장관은 다음달 4일까지 벨기에ㆍ스웨덴ㆍ독일을 방문한다. 오는 30일 벨기에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 면담, 다음달 1일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 2일 베를린 자유대 특강, 3일 독일통일 31주년 기념행사 참석, 4일 독일 대통령 예방 등 일정을 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