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티켓' 9월 모평, 졸업생 3만명 미응시…수학 선택과목 격차 더 벌어져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12:06

수정 2021.09.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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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수험생들이 2022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에서 졸업생 3만명 이상이 신청만 하고 응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모의평가는 시험 신청자에게 백신 접종 기회를 부여해 '백신 티켓'으로 불렸는데, 실제로 백신 접종을 목적으로 시험을 신청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일 실시한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30일 발표하고 수험생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줬다. 
 
이번 모의평가는 시험을 신청하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면서 'n수생' 신청자가 늘었다. 신청은 7월 8일 마감됐는데 당시에는 40세 이하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졸업생·검정고시 등 신청자는 10만9615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여 명이 늘었다. 하지만 실제 응시자는 7만6976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열 명 중 세 명이 결시한 셈인데, 지난해 같은 시험에서 졸업생 결시율이 15%였던 것을 고려하면 결시가 두 배로 늘었다.


여전히 어려운 수학…미적분-확통 점수차 더 벌어져

9월 모의평가는 문이과 통합으로 바뀌는 올해 수능 체제를 그대로 반영한 시험이다. 수학은 지난 6월 평가에 이어 이번에도 어려운 편이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으로 6월 평가(146점) 때와 비슷하게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능의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137점보다 높아진 것이다. 통상 표준점수는 시험 난이도가 높을수록 최고점이 높아진다.
 
평가원은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종로학원이 확인한 결과 145점은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였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모든 문제를 다 맞췄더라도 표준점수가 139점에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6월 모의고사에서는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6점, 확률과 통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2점으로 4점 차였는데 6점 차로 더 벌어졌다"며 "교육청·평가원 시험에서 모두 선택과목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과 학생들이 수학에서 점수를 따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 우상조 기자

 
6월 시험과 비교하면 수학 영역 응시자 중 확률과 통계 비율이 줄고(55.4%→52.8%) 미적분 선택 비율이 늘었다(37.1%→39.3%).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점수 획득에 좀 더 유리한 미적분에 다수 응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수능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계속될 수 있으며 확률과 통계로 상위 등급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어 쉽고 영어 어려워…과목별 난이도 격차 컸다

국어는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문제를 다 맞혔다면 얻게 되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27점인데, 이는 지난 6월 모의평가 표준점수 최고점(146점)이나 지난해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144점)보다 낮다. 임 대표는 "국어를 아무리 잘 봐도 수학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점수 구조"라고 했다.
 
EBS와 직접연계가 없어진 영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절대평가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데, 응시자 중 4.87%만 1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수능(1등급 비율 12.66%)은 물론이고 6월 모의고사(5.5%) 보다도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