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미사일 한 발을 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잇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신호를 발신한 직후 무력도발에 나선 것이다.
‘도발’ 표현에 유독 발끈한 김여정
25일 담화에서도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이날 미사일 발사는 이런 김여정의 ‘경고’에도 한ㆍ미가 이를 도발로 규정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번개같이 NSC 소집 “유감” 표명만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역시 NSC와 똑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도발이란 표현 자체를 쓰지 않았고, 유감을 표명한 게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분석과 대응 마련을 지시했을 뿐 미사일 발사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 자체도 하지 않았다.
美 “규탄” “北 불법 무기” 온도차
하지만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번 발사가 미국 인사들이나 영토, 우리 동맹들에 즉각적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북한의 불법적 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안정을 깨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곧이어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condemn). 이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북한의 이웃 국가와 국제 사회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美ㆍ日은 탄도미사일에 무게?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이를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발사체”로 표현했다고 일본 NHK방송이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탄도미사일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합참 관계자는 “포착된 제원, 비행거리, 속도 등이 기존과 달라 분석이 필요하다”며 ‘단거리 미사일’로만 표현했다. “포착한 제원을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이처럼 한ㆍ미 간에 결이 다른 입장이 나온 데 대해 묻자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ㆍ미 간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발사체의 기술적 사안에 대해서는 한ㆍ미 유관당국이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다.
이와 관련,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유선 협의를 갖고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논의했다. 노 본부장은 오는 30일 인도네시아를 방문, 김 대표와 대면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北, 뉴욕선 “합동훈련 영구 중단” 요구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27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역대 미 행정부들은 대조선 적대시 의도가 없다고 구두와 서면으로 의사 표명을 거듭해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말이 아니라 실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를 겨냥한 합동 군사연습과 각종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 대조선 적대시 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남조선에는 3만명의 미군이 수많은 군사기지에 주둔하며 언제든지 우리 공화국에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항시적인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합 훈련, 첨단무기 도입부터 주한미군까지 한ㆍ미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 뻔한 요구들을 전면에 내세운 데는 반응 떠보기를 넘어 ‘동맹 갈라치기’의 의도도 엿보인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국면을 자력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국가 부담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영양식품을 무상으로 정상 공급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한ㆍ미가 제안한 인도적 지원에는 관심이 없고, 결국 제재 완화를 얻어내는 게 북한의 목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