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로 검찰과 경찰, 공수처로 수사권을 잘게 쪼개 놓으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힘들게 하는 수사의 비효율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사기관마다 국민적 관심사인 대선 후보를 놓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현상도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이(李)·윤(尹) 두 여야 주자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사건을 공수처·검찰·경찰 등 3개 수사기관의 7개 부서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여야 대선 경선 후보 캠프 관계자 등 정치인들이 경쟁 후보를 겨냥한 고소·고발장을 각 수사기관에 쏟아내면서다. ▶윤 전 총장이 총장이던 시절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지시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대장동 개발이익을 특정 민간업체에 몰아줬다는 이른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등이다.
尹 ‘고발 사주’ 의혹은 공수처·중앙지검 등 3곳 분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근)도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 진상조사 인원 및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사실상 같은 혐의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 13일 대검에 윤 전 총장, 손 검사 등을 지난해 4·15 총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형법상 선거방해, 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분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새 수사권 제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 선거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다
경찰에도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해 시민단체가 고소·고발한 사건이 각각 1건씩 접수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다.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이진동 발행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혐의(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제보자인 지모씨가 윤 전 총장, 손 검사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 등이다.
李 대장동 의혹은 4곳에서 ‘검토’ ‘수사’ ‘내사’
검찰에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가 뛰어들었다. 공공수사2부는 이 지사 측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곽상도·윤창현 의원 등을 대장동 개발과 관련 이 지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고발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제범죄형사부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31)씨가 대장동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과 관련해 곽 의원과 박 전 특검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 부서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재직과 관련한 사후수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도 맡고 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 등에 관한 첩보를 건네받은 서울용산경찰서도 이날 회사 대주주인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아직 내사 단계인 경찰은 향후 환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관계자 등 사건관계인을 추가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커지는 ‘檢 특수본’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성남 대장동 화천대유 사건은 드러난 것만으로 검찰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려 직접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며 “김오수 총장이 특검 도입, 공수처 수사를 기다리는 거라면 검찰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썼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때와는 달리 이 지사의 업무상 배임 혐의 입건은 머뭇대는 상황”이라며 “업무상 배임의 경우 5억원 이상은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에 포함되는 만큼 대검도 특수본 설치로 수사력을 한데 모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인도 “이런 사건에서 핵심 관계인을 먼저 불러 조사하면 수사 상황을 알려주는 꼴밖에 더 되느냐”며 “신속하게 자금을 추적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