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 작업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근로자
강원도 철원의 한 야산에서 10kg가량의 천공기를 등에 멘 채 몸을 숙였다 폈다를 반복하며 나무에 구멍을 내던 A씨는 4시간가량의 오전 작업을 마치고 식사를 한 뒤 다시 야산으로 복귀하는 길에 쓰러졌다. 약 열흘쯤 뒤 사망한 A씨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산재→항소심은 "기존 질환 탓" 산재 취소
2심은 A씨가 이전에 당뇨병과 고혈압, 협심증, 심부전 등의 기존 질환을 진단받고 치료받아온 점을 지적했다. 산업재해로 인정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A씨가 앓던 기존 질환이 공공근로사업으로 갑자기 악화해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A씨가 기존 질환을 갖고 있던 것은 맞지만, 병을 잘 관리해오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의 의료진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초창기 진단 때보다 호전된 상태로 고혈압이나 협심증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고 했다. 의료진은 “기존 질환이 악화하는데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한랭기온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사건 당일 업무뿐 아니라 이전 작업도 고려
대법원 판례는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던 근로자가 작업 중에 사망한 경우 각 사업장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대상이라면 사고 당시 업무뿐 아니라 그 이전의 업무도 산재 여부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A씨의 경우 사고 당일 산에서 했던 업무뿐 아니라 며칠간 강가에서 한 작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심혈관질환을 갖고 있던 A씨는 평소에는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했는데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한 업무를 하다 기존 질환이 자연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