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인이 자기 동선과 확진자 동선이 겹쳤는지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천정희 서울대 산업수학센터장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코동이(코로나 동선 안심이)’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인 천정희 서울대 교수는 지난 3일 개최된 ‘지속가능한 K 방역 2.0 준비 국회 간담회’에서 코동이 앱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신속한 디지털 방역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장 역학조사관들의 업무를 줄일 수 있고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확진자에게 패널티를 주는 방역에서 비감염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역학조사관들과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작부터 디지털 방식의 역학조사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강동구보건소 소속 역학조사관인 주지수 주무관은 ‘K 방역 2.0’ 토론회에서 “확진자 추적 관리를 디지털화하는 게 시급하다”며 “확진자 동선 정보를 개인정보만 가리고 빨리 공개해줘야 접촉자가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인력으로 메꿔온 역학조사를 시스템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최근 델타 변이 영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기존 역학조사 방식이 한계 부닥치자 디지털 역학조사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율이 38%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K방역의 핵심 요소인 3T(검사-추적-치료) 가운데 추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역학조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추가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방역에 큰 위협이 된다. 최근 확진자 급증하며 기존 역학조사관으론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2년여의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의 피로도도 극에 달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최근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파악하는데 3일 이상 소요되고 있다.
그 사이 접촉자들이 감염된 줄 모르는 상태로 바이러스를 전파하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으려면 접촉자가 격리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현재의 확산세를 꺾기 위한 대응책에 대해 “저희가 계속 해왔던 검사, 역학조사, 접촉자 관리 등을 좀 더 신속하게 확대해서 대응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디지털 역학조사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 90% 이상이 ‘다함께 추적(trace together)’라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직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면 블루투스 방식으로 앱에 개인 동선이 기록되고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실시간으로 가려내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가 도입 추진하는 디지털 역학조사는 GPS 방식이란 점이 다르다. 개별 사용자의 핸드폰에서 동선이 겹쳤는지만 계속 확인할 뿐, 이 정보를 방역당국에 집중하지는 않는 시스템이다.
한계도 있다. 사용자가 A백화점 건물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매장에 갔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알 수 없다. 홍윤철 서울대 공공의료사업단장(예방의학과 교수)는 “앱과 함께 QR코드 정보를 결합하면 GPS의 오차를 보정하면서 실시간 역학조사가 가능해진다”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전국민이 다 사용하면 코로나19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