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와 동선 겹쳤나? 직접 확인하는 '코동이' 앱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21.09.26 15:49

수정 2021.09.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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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중구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개인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디지털 역학조사 도입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00명대를 넘어서면서 기존 역학조사 방식이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방역 체계가 전환될 경우에 대비한 조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앱을 사용할수록 효과가 커지는 만큼 국민 협조를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2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인이 자기 동선과 확진자 동선이 겹쳤는지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천정희 서울대 산업수학센터장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코동이(코로나 동선 안심이)’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진자와 내 동선이 겹쳤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코로나 동선 안심 앱

코동이 앱은 사용자의 이동 경로를 GPS(위성항법시스템)로 추적해 개인 스마트폰에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한다. 동형암호(암호화한 데이터를 해독하지 않은 채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특정 서버나 정부에 보내지 않더라도 확진자와 접촉했는지 매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접촉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다. 또 앱 사용자 본인이 확진될 경우 자신의 개인정보를 뺀 동선만 ‘기부’ 방식으로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개해 접촉 여부를 알릴 수도 있다. 다만, 사용자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경우, 이를 당국에 자동으로 알리는 기능 등을 탑재할지 여부는 아직 검토 단계다. 
 
개발자인 천정희 서울대 교수는 지난 3일 개최된 ‘지속가능한 K 방역 2.0 준비 국회 간담회’에서 코동이 앱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신속한 디지털 방역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장 역학조사관들의 업무를 줄일 수 있고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확진자에게 패널티를 주는 방역에서 비감염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역학조사관들과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작부터 디지털 방식의 역학조사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강동구보건소 소속 역학조사관인 주지수 주무관은 ‘K 방역 2.0’ 토론회에서 “확진자 추적 관리를 디지털화하는 게 시급하다”며 “확진자 동선 정보를 개인정보만 가리고 빨리 공개해줘야 접촉자가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인력으로 메꿔온 역학조사를 시스템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최근 델타 변이 영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기존 역학조사 방식이 한계 부닥치자 디지털 역학조사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율이 38%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K방역의 핵심 요소인 3T(검사-추적-치료) 가운데 추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3월 대구의 한 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후 방역당국이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준비하는 모습. 뉴스1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택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24일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의 특성을 고려해서 기존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한편으로는 사전에 디지털을 통한 역학조사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조기에 가려내고 격리해야 추가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 
 
역학조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추가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방역에 큰 위협이 된다. 최근 확진자 급증하며 기존 역학조사관으론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2년여의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의 피로도도 극에 달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최근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파악하는데 3일 이상 소요되고 있다. 
 
그 사이 접촉자들이 감염된 줄 모르는 상태로 바이러스를 전파하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으려면 접촉자가 격리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현재의 확산세를 꺾기 위한 대응책에 대해 “저희가 계속 해왔던 검사, 역학조사, 접촉자 관리 등을 좀 더 신속하게 확대해서 대응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디지털 역학조사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 90% 이상이 ‘다함께 추적(trace together)’라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직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면 블루투스 방식으로 앱에 개인 동선이 기록되고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실시간으로 가려내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가 도입 추진하는 디지털 역학조사는 GPS 방식이란 점이 다르다. 개별 사용자의 핸드폰에서 동선이 겹쳤는지만 계속 확인할 뿐, 이 정보를 방역당국에 집중하지는 않는 시스템이다.
 
한계도 있다. 사용자가 A백화점 건물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매장에 갔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알 수 없다. 홍윤철 서울대 공공의료사업단장(예방의학과 교수)는 “앱과 함께 QR코드 정보를 결합하면 GPS의 오차를 보정하면서 실시간 역학조사가 가능해진다”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전국민이 다 사용하면 코로나19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