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민주노총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26일 밝혔다.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없는데도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건 위법하다”는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적용해야한다면서다.
경찰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진입…무슨 일?
당시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수색영장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수색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 별도 수색영장이 없었는데도 사무실에 강제진입해 조합원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불법 체포·감금했다”며 2014년 3월 소송을 냈다.
1ㆍ2심 패소…헌재 결정 ‘반전 기회’
반전의 계기는 항소심 선고가 난 후 찾아왔다. 2018년 4월 헌법재판소가 타인의 건물 안에 숨은 피의자를 체포할 때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건물을 수색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조항(216조 제1항 제1호)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다. 헌재는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을 구별하지 않고 주거를 수색하는 건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19년 12월 개정된 법 조항에는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 피의자 수색은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 사정이 있는 때로 한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대법원 “개정법 조항 소급적용해야”
이어 “원심은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이 아닌 구법 조항을 적용해 경찰의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했다”며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책임 요건 등에 관해 더 나아가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 청구를 배척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 9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