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유엔에서 무대 중심에 섰다.”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제76차 유엔총회 관련 기사의 제목이다. NYT는 기사에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가 지도자가 아닌 보이그룹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BTS의 7분 연설은 1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시청했다. 유엔 건물 곳곳을 배경으로 한 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영상 역시 유엔 총회장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1500만 조회수를 단숨에 넘어섰다.
유엔의 홈페이지는 BTS를 ‘한국의 수퍼스타이자 유엔의 친구(Korean superstars, and friends of the UN)’로 소개하고 있다. BTS가 2018, 2020년에 이어 올해 유엔총회에 세번째로 선 것을 뜻하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한국 시간) 하와이를 떠나며 올린 SNS에서 “방탄소년단이 유엔총회장을 무대 삼아 ‘퍼미션 투 댄스’를 노래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었으며 우리의 새로운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였다”며 “방탄소년단에게 고맙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특별히 전하고 싶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감사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2박3일의 짧은 뉴욕 유엔총회 일정동안 무려 4차례 BTS와 함께 일정을 수행했다.
BTS 멤버 7명의 발언 내용은 집중 조명을 받았고, 특히 “지금의 10대, 20대들은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코로나로 잃어버린 세대)’이라고 불리지만, 변화에 겁먹기 보다 앞으로 걸어나가는 ‘웰컴 제너레이션(변화에 도전하는 세대)”라고 한 BTS의 메시지는 전세계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전달됐다. BTS는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엔총회장에서 자신들의 특별 영상도 공개했다.
BTS는 다음날 오전엔 김정숙 여사의 미술관 방문 행사에 동행했다.
그날 오후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의 마지막 일정이던 ABC방송 인터뷰에도 또다시 BTS 멤버 전원을 참여하도록 했다. 결국 문 대통령 임기중 마지막 유엔총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BTS와 함께 진행된 셈이다.
특히 지난 25일 공개된 ABC 인터뷰 관련 보도에서 문 대통령은 “BTS가 청년층을 대표하고 청년층으로부터 아주 널리 공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SDG)에 대해 젊은이들의 공감과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유엔 사무총장이나 제가 수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런 게 있죠”라며 국제수화를 활용해 만든 BTS의 안무 동작을 직접 해보이기도 했다. ABC 방송이 해당 보도를 하면서 내건 기사의 제목은 ‘팝스타와 대통령(Pop stars and the President)’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BTS 멤버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나눈 환담에서 “K팝, K문화의 위상을 더없이 높이 올려줌으로써 대한민국의 품격을 아주 높여 줬다”며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BTS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외교활동이 수월해졌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BTS가 정상간 외교를 수월하게 하는 일종의 정치적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이었다.
또 ‘BTS의 인기가 문 대통령보다 좋았다’는 질문에 대해선 “BTS가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가슴 설레는 일 아닌가”라며 “BTS라는 아티스트 개인에 관한 평가보다는 대한민국 전체가 태극기를 휘날리듯 평가를 받는 일이라고 기쁘게 생각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