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유엔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IAEA “북, 핵 프로그램 전력 기울여” 우려
문 대통령의 이번 종전선언 촉구는 누가 봐도 뜬금없어 보인다. 유엔 무대에서 그의 사실상 마지막 연설이라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지금 북한의 현실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이후 4년여 동안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에 쏟은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북한은 끝내 비핵화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의 답은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순항미사일 발사로 돌아왔다. 심지어 지난해 6월에는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내놨다.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가속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스스로 핵무장국임을 선언했다. 한반도 적화통일 목표도 그대로 두고 있다. 이런 북한을 두고 문 대통령이 비핵화 없이 평화와 종전선언을 얘기한다면 오산이다.
북한의 최근 핵활동은 심각하다. IAEA를 비롯해 북핵을 감시하는 전문단체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단지 내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농축우라늄을 25% 더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미국 미들버리대 비확산연구소).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북한이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우라늄 농축공장 등을 재가동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북핵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로시 총장의 경고에 대해 “별도의 의견이 없다”고 했다.
지금 한반도의 핵시계는 위기 국면을 향하고 있다. 북한은 최대 100발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더 확충하려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에 더는 매달려선 안 된다. 그가 임기 중에 마무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또는 한국이 북핵과 전쟁을 억지할 능력을 갖췄을 때나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진정 평화를 바란다면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북핵 위협에 우선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