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형실(70·사진) 감독이 내린 지시다. 그는 “감독이란 표현이 수직적인 느낌이지 않나. 영어로 감독을 코치라고 하니까 ‘코치1’이라고 부르라 할까 생각했다. 선생님도 아주 좋진 않은데 선수들이 부르니까…. ‘쌤’이라고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프로배구 사상 첫 70대 감독이다.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장 등 행정가로 변신했다가 코트에 돌아왔다. 감독 복귀도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이다. 프로팀을 지도한 건 2006년 KT&G(현 KGC인삼공사)가 마지막이었다. 실업팀 미도파 시절 제자였던 박미희(58) 흥국생명 감독과 맞대결해야 한다.
평균 연령 20.4세인 페퍼저축은행은 가장 젊은 팀이다. 창단 특별 드래프트에서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영입했고, 고등학교 졸업예정 선수도 6명이나 된다. 김 감독에게는 손녀뻘이다.
선수들과 세대차이를 좁히기 위해 김 감독은 일부러 걸그룹 노래를 듣는다. 전달 사항도 메신저로 보낸다. 그는 “메신저 프로필에 남자친구와 뽀뽀를 하는 사진이 있길래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니’라고 했더니 선수들이 빵 터졌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훈련 때는 부드럽지 않다. 다른 팀에서 뛰다 온 선수들은 하나같이 “훈련량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드래프트 전까지는 선수가 7명밖에 안 됐고, 아픈 선수들도 있어 제대로 볼 훈련을 못 했다. 지금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했다.
6대6 연습 경기도 못 했던 페퍼저축은행은 드래프트 이후 팀다운 모양새를 갖췄다. 고교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날개 공격수로 뛰었던 하혜진이 미들블로커로도 훈련하는 등 여러 가지 팀 옵션도 만들어가고 있다. 김 감독은 “조직적인 수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훈련 시간의 60~70%는 수비에 쓴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AI 페퍼스’란 이름으로 30일 연고지 광주에서 창단식을 연다. 다음 달 19일 홈에서 KGC인삼공사와 첫 경기를 치른다. 워낙 기존 팀들과 전력 차가 커서 AI 페퍼스의 1차 목표는 ‘5승’이다. 김 감독은 “좋은 집이 아니라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많이 맞으면서 공부하고, 젊은 패기로 맞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