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리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과거 대유행과 달리 통제가 가능하다는 부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발생 1년9개월째인 현재 백신 접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확산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100년 전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라고 불린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1년 만에 확산세를 잡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발생 상황을 돌아보며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코로나19 극복 방법을 들어봤다.
1918년 20세기 최악의 전염병 '스페인 독감' 출몰
반면 독감을 일으키는 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한 종류다. 감염 후 2~3일의 잠복기를 거쳐 7~10일 정도 증상이 길게 이어지며 콧물, 목의 통증을 비롯해 오한, 근육통, 고열 등이 함께 온다. 감기와 다르게 합병증으로 폐렴이 올 수 있고 지병이 있는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명확하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 있지만 100년 전인 1918년에는 이러한 지식이 전무했다.
정확한 추계는 어렵지만 스페인 독감은 1918~1919년까지 약 2년간 전 세계에 퍼져 5억여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세계인구 18억명 중 약 27%에 해당한다. 사망자는 2500만~5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우리나라도 피해가 컸다. 캐나다 선교사로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집계 결과 국내 인구 1705만7032명 중 755만6693명이 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4만527명이 사망해 사망률 0.82%를 기록했다고 나와있다.
1920년 감소…대규모 감염으로 자연 집단면역 형성
그렇다면 코로나19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집단면역을 획득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그러기 위해선 너무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고 답했다. 이번 대유행 상황에서도 자연 면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지난해 10월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스탠퍼드대ㆍ하버드대의 감염 및 보건 전문가들은 봉쇄 정책에 반대하며 “사망 위험이 낮은 건강하고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노출되도록 해야한다”는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을 발표했다. 사회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연 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영미와 유럽 학자 79명은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위험한 인식”이라는 ‘존 스노우(19세기 런던을 콜레라에서 해방시킨 감염병 학자) 성명’을 발표하며 대립했다. 실제 스웨덴은 지난해 말 집단면역 실험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팬데믹 초기 봉쇄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자연적인 집단면역을 추구했던 스웨덴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실패를 인정했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백신+치료제
그러나 과거 미국의 길리어드사가 개발한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신종플루에 효과를 보이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감염 뒤 이틀 이내에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은 타미플루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10월 들어 유행 규모가 커지자 확진 검사 없이 의심 증상만 있어도 곧바로 타미플루를 투약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면서 확산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김우주 교수는 타미플루와 함께 신종플루 백신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10월에 국내 최초로 녹십자에서 만든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허가됐다. 정부는 약 1400만명에 대한 접종 계획을 세웠고 의료진부터 시작해 초중고교 학생과 만성병 환자, 65세 이상 고령층에 차례로 접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시 백신의 임상시험에 참여하며 백신 개발에 기여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부족…치료제 나와야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결국 경구용 치료제 개발이 성공해야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타미플루 같은 경구 치료제가 나올 경우 현재 질병관리청이 고려하고 있는 자가치료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역시 “백신만으로는 2% 정도 부족하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돼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