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호랑이는 홀로 새끼를 키운다. 출산 후 최대 2년 정도를 육아에 전념하기 때문에 연년생 호랑이 출산은 드물다. 호랑이들을 돌보는 이양규(51) 사육사는 ‘건곤과 태호의 돈독한 금실’을 비결로 꼽았다.
“작년 2월에 태어난 ‘태범(수컷)’이와 ‘무궁(암컷)’이가 1년 만에 1㎏에서 100㎏으로 컸어요. 덩치가 큰데도 계속 엄마만 찾고 매달리니까 건곤이가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끼들이랑 잠시 떨어트려 놨어요. 그런데 이때 태호랑 또 눈이 맞았더라고요.”
중매로 맺어진 건곤과 태호
건곤이와 태호는 2016년 5월 중국 상하이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날짜만 따지면 건곤이가 20일 더 빨리 태어난 누나라고 한다.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이들은 종보전 프로그램 교환을 통해 2018년 1월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왔다. 당시 건곤과 태호를 포함해 암수 호랑이 6마리가 한국 땅을 밟았다.
야생의 수컷 호랑이는 홀로 생활한다. 자기 영역에 암컷이 있으면 그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영역에 암컷이 없으면 평생 혼자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암컷과 수컷이 만나도 무조건 사이가 좋지도 않다. 싸워서 상처를 입히고 죽이기도 한다.
이에 사육사들은 호랑이들의 생년월일과 성격, 식성 등을 따져 건곤과 태호를 부부로 맺어줬다. 수컷 중 가장 유순하고 여유로운 호랑이가 ‘태호’였고, 암컷 중 제일 얌전하고 순한 아이가 ‘건곤’이었다.
그러나 태호와 건곤이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딱 한 달 만에 방문이 활짝 열렸다. 이후 둘은 ‘눈꼴 시릴’ 정도로 붙어 다녔다고 한다. 서로 몸을 비비고 냄새를 맡는 등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호랑이들이 내는 특유의 낮은 저음으로 ‘그르렁’거리며 정담도 나눴다. 분리해 놓으면 서로가 있는 방향의 벽에 몸을 비비는 등 찾는 행동도 했다.
2020년 2마리, 올해 5마리…다산 부부
1년 뒤인 지난 2~3월. 건곤이는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사육사들은 건곤이를 쉬게 하려고 잠깐 태호와 합사를 시켰는데 이때 또 임신했다. 이 사육사는 “야생의 암컷 호랑이는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과 헤어져 홀로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새끼들이 다 자라기 전까진 수컷을 만나지 않는다”며 “그래서 둘의 짝짓기를 목격하고도 ‘설마’ 했는데 2~3개월이 지나니깐 건곤이의 배가 불러오고 먹이 섭취량이 늘어서 임신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사육사는 “호랑이 유두는 원래 6개인데 대부분의 호랑이가 2~3마리의 새끼를 낳으면서 2개는 퇴화가 됐다”며 “그런데 건곤이는 5개가 발달해 있어서 다산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 찾는 오둥이, 유학가는 태범·무궁
태범이와 무궁이는 유학을 떠난다. 오는 10월부터 산림청 산하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의 ‘백두산 호랑이보전센터’ 유학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1년 6개월에서 2년 사이의 호랑이가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센터 측은 2년간 호랑이 생태를 연구하고, 에버랜드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이들의 상태를 함께 관찰한다.
이 사육사는 “번식도 중요하지만, 동물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호랑이들이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