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그 영화 이 장면] D.P.

중앙일보

입력 2021.09.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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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아직 이르긴 하지만, 아마도 ‘D.P.’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올해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군 경험자에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D.P.’는 꽤 현실적이다. 2014년이 배경이지만 여기서 다루는 폭력의 연쇄고리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다.
 
한준희 감독이 반복하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선’(line)이다. 이 드라마엔 수많은 지켜야 할 선과 위반되는 선이 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 안준호(정해인). 그는 침상 삼선에 정렬해야 하며, 감독은 바로 그 대목을 클로즈업으로 강조해 보여준다. 이처럼 인물의 발과 선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은, 부대 밖으로 나가는 병사들을 보여줄 때 두드러진다. 탈영병 체포조(D.P.)가 된 안준호가 처음 임무를 나갈 때, 그는 부대 밖으로 나가는 선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조석봉(조현철) 일병이 탈영할 때도, 카메라는 선을 밟고 잠깐 멈춰 있는 그의 전투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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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군 교도소 철창이나 부대 담벼락처럼 ‘D.P.’엔 넘어선 안 될 선과, 그럼에도 그 선을 넘을 수밖에 없는 병사들의 사연이 이어진다. 그중 가장 위험한 건 감정의 선이다. 일단 넘으면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억압받던 조석봉은 결국 폭발하여 선임인 류이강 병장(홍경)을 구타하는 하극상을 벌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탈영한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