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부장이 거론한 중국의 ‘핵심이익’은 남중국해, 대만, 홍콩 문제 등 중국이 양보 불가로 간주하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이들 현안에서 중국 입장을 존중해 달라는 뜻이다. 즉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신장·홍콩·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의 압박 대열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외교적 표현으로 전했다. 반면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 존중”이라는 왕 부장 발언은 이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인 발표한 접견 내용 브리핑에는 빠졌다.
청와대 발표 내용엔 빠져
방한 왕이 중국 속내 전달
한국 상대 압박외교 구사
이와 관련 왕 부장이 이날 거론한 ‘중대한 관심사’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알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간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 이를 중국의 ‘중대한 관심사’로 표현하곤 했다. 왕 부장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상호 존중”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과거 정상회담에서도 등장했던 표현이다.
“남북, 간섭 배제 지지” 발언도 靑 발표엔 빠져
그간 중국이 주장해온 한반도의 ‘간섭 요인’은 미국이었다. 즉 “남북 쌍방의 간섭 배제"는 한국이 한ㆍ미 관계보다는 남북 관계를 더 우선해 움직여주기 바란다는 중국 속내를 그대로 전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 장관급 인사가 한 발언을 중국 외교부가 그대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대한 압박외교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예상됐던 대로 중국은 이번 왕 부장 방한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그간 유지해왔던 중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 협력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중국 압박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외교적 표현으로 전하면서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
靑 “왕이 ‘역사적인 일’ 말했다”
대신 중국은 내년으로 다가온 한·중 수교 30주년에 대한 발언을 부각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양국은 수교 30주년 기념을 계기로 한·중 관계 미래 발전 위원회가 충분히 역할을 발휘해, 양국 관계의 다음 30년 발전에서 예측성이 풍부하고, 시대성을 체현하며, 활용성을 갖춘 발상과 조치를 제출해, 양국 관계의 더 큰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은 내년 8월 24일이다. 행사는 한국으로선 차기 정부 몫이다. 중국의 시선이 한국의 다음 정부로도 향해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