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쇼핑몰 콜센터 직원 B씨는 고객 응대 시 매뉴얼로 정해져 있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부분에서 일반적인 목소리라며 평가 점수가 깎였다. B씨는 “민원 처리만 원활하게 하면 되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같은 멘트를 왜 필요 이상으로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비스직 종사자의 감정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고객은 왕이다’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노조 우분투센터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ㆍ콜센터 노동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6.1%가 평소 서비스직 종사자로부터 ‘불편할 정도로 과도한 친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편한 친절 유형(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고객이 보는 앞에서 관리자가 담당자를 질책하고 꾸짖을 때(91.0%) ▶꿇어앉아서 서비스할 때(83.7%) ▶일반적인 얘기를 나누는 중에 계속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할 때(75.4%) 순으로 나타났다.
고객 만족도는 높지만, 보호조치 부재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콜센터 직원 A씨는 유선 상담 중 고객의 폭언을 당했지만, 회사로부터 보호조치 없이 오히려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A씨는 “고객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 신속하게 응대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것도 모르면서 왜 앉아 있느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고객의 폭언에 상처받고 울면서 일하다 회사를 그만뒀는데, 회사는 응대 불만 문제가 발생하면 재택근무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협박만 했다”고 말했다.
B씨도 지난 8월 고객으로부터 ‘왜 가르치려고 드느냐’는 말을 들었다. B씨는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하지 않았더니, 고객이 기본이 되지 않았다, 무례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며 “사과를 했는데도 팀장을 바꾸라고 했고, 팀장이 사과한 후 저의 친절 점수를 깎았다”고 했다.
“법 있어도 안 지켜져…점검 필요”
김필모 사무금융우분투비정규센터 센터장도 “기업들은 고객만족도가 중요하다며 콜센터 상담사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인력 충원, 콜센터 근무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여전히 일부 악성, 진상 고객이 존재하지만,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을 전후로 콜센터에 전화하는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된 만큼 콜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인식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