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네이버·카카오 다시 혁신의 정신으로 돌아가라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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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만큼 빅테크 기업의 승자독식이 본격화하고 있다. 플랫폼의 독점 현상이 커지면서 규제 장치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빅테크 편의 커졌지만 독점 폐해 급증

중소사업자·소비자 부담 늘려선 안 돼

국내 빅테크의 간판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독점 문제가 정치권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에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이 동시에 발의돼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애초 이런 법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지만, 독점 횡포가 심해지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들게 됐다.
 
빅테크 논란은 ‘편의성’과 ‘독점’의 문제다. 상충하는 두 관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어 칼로 무 자르듯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 제도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규제 법안 마련에 신중을 기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고민의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편익과 비용을 따져봤을 때 국민에게 떠안기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플랫폼 장악력이 큰 빅테크 기업은 과거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문제를 능가하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 스타트업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가 118개에 달한다.
 
더구나 이 두 기업은 전 국민이 이용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중소사업자의 절대군주로 군림하고 있다. 식품·공산품·서비스업을 불문하고 네이버와 카카오에 입점하지 않으면 사업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 됐다. 문제는 입점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광고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장사를 할 수 없는 현실을 악용해 막대한 통행세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광고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


최근 카카오가 택시 호출비를 5배나 올리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2배 인상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수수료의 대부분을 카카오가 가져가니 택시기사는 과거 쥐꼬리만 한 품삯을 받는 인력거꾼이 된 느낌”이라고 토로한다. 배달의민족 역시 편리하지만 배달비가 뛰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을 크게 늘렸다. 쿠팡은 거대 플랫폼을 앞세워 대기업에도 우월적 지위를 행사할 만큼 큰 힘을 휘두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의 폐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독점 문제가 불거지면서 규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강력한 반독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독점이 도를 넘어서면 경쟁을 저해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부담을 늘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내 빅테크들도 이제는 수수료 따먹기 경쟁에서 벗어나 다시 혁신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빅테크를 이용하고 키워준 소비자에 대한 보답이고,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계기다. 물론 정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독점의 횡포는 자르되 창의의 싹을 자르지 않도록 정교한 플랫폼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