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기자들을 만나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의 정권 재창출을 향한 충정과 결의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향후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기 위해 만류하고 있다”며 “송 대표와 윤 원내대표가 전화해 사퇴 의사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이 전 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사퇴가 처리되려면 사퇴 안건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야 하고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고 대변인은 “본회의 상정 여부가 국회의장에게 달려 있고, 그 전에 당 대표와 협의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사퇴 처리를 안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한 별도의 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식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결정을 막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결단을 했는데 처리가 안 되면 이 전 대표가 보인 결기가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오영훈 의원도 “의원들이 사퇴 의사를 존중해 줄 것으로 본다. 2차 수퍼위크(10월 3일) 전까지는 정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사퇴서와 함께 13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고 대변인은 “배경과 성격이 전혀 달라 별도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승부수를 던진 이낙연 캠프는 8일 투표가 마감된 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와 현재 진행 중인 1차 일반 선거인단 투표의 투표율에 주목하고 있다. 첫 순회경선지 대전·충남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48.4%였는데, 대구·경북은 63.08%로 15%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10일 오후 9시 종료하는 1차 선거인단 투표는 9일 정오 기준 65.8%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높아진 투표율의 유불리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로의 쏠림을 저지하려는 친문 조직의 표가 결집했을 거란 예상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낙연 캠프 소속 한 의원은 “충청권 투표율이 낮았던 건 경선 과정에 실망한 권리당원이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했다”며 “민주당 정신에 맞게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호소에 이들이 돌아온다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충청권 개표 결과를 본 당원들의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며 “1차 수퍼위크 때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