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돼지는 바다 건넌적 없었다, 30곳 중 7곳 '제주산 둔갑'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3:35

수정 2021.09.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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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표시해 판매한 음식점. 경기도

수입산이나 국내 다른 지역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속여 판 업체들이 경기도 단속에 적발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7곳을 적발해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안양·군포·의왕·과천·수원 등 5개 지역의 제주산 돼지판매업소 30곳을 수사한 결과다.
 

국내산 고기도 생산지 바꾸면 불법

현행 원산지표시법은 미국·호주 등 ‘국가’는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지만 원산지 지역명은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단,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국내산 돼지고기는 ‘제주산’ 등 생산 지역과 다르게 표시하거나 혼동하게 표시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적발된 업소들은 충남이나 충북, 경북 등에서 생산된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면서 ‘제주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것처럼 홍보하거나 표기했다. 5곳이 원산지 표시판엔 '국내산'이라고 적고 메뉴판이나 업소 내부에 ‘제주산 돼지고기를 판다’고 홍보하다 적발됐다. 2곳은 수입산을 사용하면서 ‘국내산’이나 ‘제주산’으로 속였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직원들이 한 음식점의 돼지고기 원산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A음식점은 제주산이 아닌 다른 지역의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해 김치찌개를 판매하면서 메뉴판과 배달애플리케이션 원산지에는 ‘제주 흑돼지 김치찌개’로 거짓 표시했다.

안양시 B음식점은‘믿을 수 있는 청정 제주 도야지만 사용한다’는 문구 등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지역의 고기를 사용했다.


군포시 C음식점은 원산지 표시판에는 캐나다산 돼지갈비와 제주 외 국내산 삼겹살과 목살을 사용한다고 썼지만, 손님 테이블 메뉴판에는 ‘제주 흑돼지’로 일괄 표시해 원산지를 혼동하도록 표기했다. 수원시 D음식점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국내산 돼지고기로 두루치기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메뉴판에는 '제주산', 원산지표시판에는 ‘제주산+국내산’으로 혼동 표시해 적발됐다.
 

제주산 돼지고기 더 비싼 점 노려 

이들 업체는 제주산 돼지고기가 비싸게 판매되는 점을 노렸다. 일반적인 국내산 돼지고기의 평균 납품가격은 1㎏당 1만9000~2만1000원이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백돼지는 1㎏당 2만4000원에서 2만8000원에, 흑돼지는 1㎏당 3만1000원에서 3만6000원에 판매된다.
경기도 특사경은 거래명세서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으로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하나하나 파악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표시해 판매한 음식점의 거래명세서. 경기도

윤태완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제주산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제주산 돼지고기’ 전문 음식점 수가 늘고 있다”며 “수사 지역을 확대하는 등 지역별 원산지 수사를 강화해 축산물 유통 질서 확립 및 공정거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