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창립총회에는 의장사를 맡은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대거 출동했다. 또 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두산·효성·코오롱 등 대기업 10여 곳의 CEO(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기업 CEO가 거의 참석했다”며 “청와대 모임이 아닌 수소를 매개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창립총회에서 “한국은 유럽·일본보다 수소산업 생태계 발전이 늦었지만, 국내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할 것도 없다”며 “협의체가 개별 단위의 기업이 아닌 정책·금융 부분까지 움직이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펀드 조성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SK·포스코는 현대차와 공동의장사를 맡았다.
정의선 “출발 늦었지만 경쟁력 갖췄다”
창립총회에서 참석한 각 기업의 CEO는 입을 모아 “협력·연대·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 등 수소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는 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손을 모아 앞선 주자를 따라잡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은 2030년까지 총 43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소기업협의체는 매년 9월 총회를 갖기로 했다. 공동 논의 과제는 ▶회원사 간 수소 사업 협력 추진 ▶수소 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인베스터 데이’ 개최 ▶해외 수소 기술·파트너 공동 발굴 등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수소는 미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친환경 수소 공급원과 역량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며 “단·중장기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분쟁에서 보듯 지금 글로벌 산업 경쟁이 국가 대 국가로 가고 있기 때문에 연대·협력은 전제조건”이라며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젠 혼자서 다 하는 시대가 아니고 기업 간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은 수소의 생산·공급·저장·유통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수소산업 생태계는 생산·저장·유통, 충전 인프라 등으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각 그룹사는 생산·유통 등 전반에 발을 담그고 있었지만, 향후 협의체를 통해 세부적인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SK “18.5조 투자” 포스코 “수소 500만t”
포스코는 2025년 부생수소(석유화학·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 생산 능력을 7만t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를 50만t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그린수소(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물을 전기분해한 수소)는 2040년까지 2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탄소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LNG 발전 설비에 수소를 함께 태워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수소혼소 발전 기술을 확보해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수소혼소 발전 기술은 수소 에너지 시대의 가장 단기적이고 현실적이며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효성은 수소연료전지와 모빌리티 차체 등을 비롯해 미래 에너지 분야 소재·부품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2023년까지 린데그룹과 함께 연간 생산량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두산은 발전용 연료전지와 수소충전소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풍력 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패키지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수소연료전지 등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춰 모빌리티를 넘어 개인의 일상과 산업 영역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은 ‘수소 2040’ 비전을 통해 트럭이나 버스 같은 상용차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하고, 트램·기차·선박·도심항공모빌리티·드론 등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용처를 넓혀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