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 1만명 나와도 실내모임 50명…이스라엘 명절 풍경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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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통곡의 벽(성지)에서 유대교 신도들이 로쉬 하샤나(새해)를 맞아 기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집합인원을 8000명으로 제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전세계에서 코로나 0(제로)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나라였다. 지난 4월 접종률이 60%에 육박하자 기존의 락다운(봉쇄) 조치를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부드러운 억제(soft suppression)’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스라엘은 4월 18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6월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었다. 하지만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2.5배 높은 델타(인도)형 변이의 유행에 확진자가 다시 치솟았다. 지난 2일 신규 확진자는 1만1316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썼다.
 

이스라엘 KRM뉴스 명형주 대표. 사진 KRM

 

코로나와 공존 중인 이스라엘 

그런데도 락다운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지난 6월 취임한 나프탈리 베네트 신임 이스라엘 총리는 전임 네타냐후의 락다운 조치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베네트 총리는 백신 접종과 실내 마스크 착용으로 확진자 폭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실내 마스크 착용, 입국자 격리, 확진자 모니터링, 백신 접종, 신속한 검사 등을 주요 방역 전략으로 밀고 있다.
 
지난 6일 이스라엘의 명절인 로쉬 하샤나(신년제) 연휴가 시작됐다. 이동량이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이스라엘 정부는 대응 강도를 높이진 않았다. 이스라엘 KRM뉴스 명형주 대표(49·사진)로부터 코로나와 공존(living with COVID) 중인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로쉬 하샤나는 8일까지다. 유대교의 4대 절기 중 하나다. 곧 욤 키푸르(대속죄일) 명절 등도 이어진다. 명 대표는 “9월 한 달 내내 홀리데이 분위기다. 회당과 통곡의 벽(유대교 성지)에 인파가 몰린다. 유대인은 대가족인데 이 기간 가족·친지 간 모임도 활발해진다”며 “지난 2일엔 초·중·고 전면 개학이 이뤄졌다. 사회 곳곳에서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또 모였다 흩어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내 사적모임 50명까지 가능 

하지만 이스라엘 보건부는 사적 모임 인원과 식당·카페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제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이나 경제도시 텔아비브 시내에선 8명 이상 한데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밤 9시·10시’ 같은 규제는 없다. 한국과 다르다. 코로나19 4차 유행 중심지인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의 경우 오후 6시 이후 백신 접종완료자 4명이 포함돼야 6명 모임이 가능하다. 추석 연휴 땐 8명까지 만날 수 있으나 외식은 안 된다.

1일 마스크를 쓴 이스라엘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식 도중 교사의 설명을 하고 있다. 신화

 

감염위험 지역내 학교는 

이스라엘의 학교도 다시 문 열었다. 다만 감염위험 지역 내 중·고등학교의 경우 한 반에 백신 접종자·코로나19 완치자가 70% 이상 돼야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다. 또 백신을 맞지 않는 12세 이상 청소년은 3일에 한 번씩 RT-PCR(유전자증폭) 검사상 ‘음성’이 확인돼야 등교가 가능하다. 11세 이하는 집에서 신속진단검사를 받는다.
 

이스라엘의 드라이브 스루 PCR검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르면 10월초 집단면역 도달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집단면역'은 불가능해졌다고 본다. 전파력이 너무 높아서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한 두 달 안에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스라엘은 화이자가 주력 백신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일 기준 접종 완료율은 78.2%다. 지난 겨울~봄 맞을만한 사람은 다 맞았고 이후 정체 상태다. 부스터 샷(3차 접종)도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고령층에서 부스터샷 접종률이 높다. 연령별로 보면, 60대(67.8%), 70대(76.6%), 80대(73.9%), 90대 이상(64.3%)이다.
 
변이 유행에 하루 평균 9000명 넘는 환자가 쏟아졌으나 접종률 영향에 중증 환자는 677명으로 관리 중이다. 지난달 29일 75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낮아지고 있다. 치명률은 0.6% 수준(한국 0.9%)이다. 한 명의 확진자가 몇 명에게 옮기는지 보여주는 감염 재생산 지수(R)는 하락세다. 지난달 26일 기준 1.05다. 8월 초엔 1.28이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완료자나 코로나19 회복 환자에게 ‘그린패스’를 발급한다. 명 대표는 “식당·카페 등을 이용하려면 아직도 그린패스를 소지해야 한다”며 “다만 야외 테이블에 앉은 경우는 없어도 묵인해주는 분위기다. 일반 상점 등에선 그린패스가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 어린이. AFP=연합뉴스

 

4차 추가접종 준비  

이스라엘 정부는 4차 추가접종을 준비 중이다. 변이에 맞서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명 대표는 “추가접종의 효능과 안전성이 확실치 않아서다”라며 “그런데 정책이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적다. (이에 대한 학부모 등의) 반감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명 대표는 “현재 매일 코로나19로 숨진 사망자가 꾸준히 이어지다 보니 코로나 공존정책의 방향이 맞냐는 의문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아직 실내에서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한국 역시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가장 마지막 조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