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업승인 후 6년 이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장기 미착공 물량도 2만1000여 가구나 된다. 계획된 택지 개발 지구 내 공급도 제대로 못 하면서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공급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기 신도시도 실제 입주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시의 고덕신도시의 경우 13개 블록 7371가구가 미착공 물량으로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3627가구가 들어설 땅은 지자체와 협의 지연, 지역 주민 민원 등으로 6년 이상 비어 있는 상황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고양장항, 광명하안, 성남복정, 과천주암지구 등에서도 조성공사, 보상 난항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미착공 기간 10년이 넘은 물량도 전국에 3233가구다.
홍기원 의원은 “기존 택지개발 지연과 같은 이유로 3기 신도시에도 덩그러니 땅만 남겨진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3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된 6곳 가운데 토지 보상을 마무리한 곳은 아직 없다. 보상 지연으로 미착공된 공공주택 물량은 전국에 3만8000가구에 달한다.
필수 기반 시설 설치를 둘러싸고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3기 신도시 과천 과천지구의 경우 하수처리장 증설 위치를 놓고 과천시와 서울 서초구가 갈등 중이다. 부천 대장지구와 남양주 평내지구 등도 하수처리장 신설과 쓰레기 소각장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반대에 봉착했다.
이런 문제는 신도시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예고됐지만, 정부가 이런 요인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공급 물량 확보에만 열을 올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을 확대하면서 1~2년 내 본청약을 통한 조기 공급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착공 지연으로 사전청약 후 입주까지 10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대 정부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 공급 확대책을 발표하면 대체로 효과를 봤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반대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H는 “미착공 공공주택에 대해 보상 및 조성공사 등 선행 일정을 서둘러 순차적으로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